사회관

검찰 “원세훈, 신종 매카시즘 행태”

기산(箕山) 2013. 8. 27. 03:31

검찰 “원세훈, 신종 매카시즘 행태”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ㆍ“정부·여당 비판하는 개인·단체에 무차별적 종북 딱지”
ㆍ국정원 사건 첫 공판… 원 측 “사이버 활동은 고유 업무”

검찰이 국가정보 정치·선거 개입 사건 첫 공판에서

“원세훈 전 국정원장(62·사진)이 정부와 여당을 비판하는 개인과 단체들에 무차별적으로

종북 딱지를 붙이는 등 신종 ‘매카시즘’ 행태를 보였다”고 말했다.

검찰은 26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 심리
로 열린

원 전 원장의 국정원법·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첫 공판에서 공소사실을 발표하면서

“원 전 원장은 정부·여당의 정책에 반대하거나 북한의 동조를 받은 정책과 의견을 가진 개인·단체를

종북세력으로 낙인찍는 그릇된 종북관을 갖고 적이 아닌 일반 국민을 상대로 심리전을 벌였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는 국민의 이익에 봉사해야 하는 국정원의 존재이유에 상충되고,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공권력 행사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검찰은 그 근거로

“정부·여당을 비방하는 개인이나 세력이 있다면 이는 우리 국민이라도 북한과 별반 다르지 않다”

“국정 성과를 제대로 알리는 것이 종북좌파에 이기는 길이며 야당 등의 무분별한 폄훼 공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라” 등의

원 전 원장 발언을 제시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이 2010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열린 국정원 전 부서장 회의에서

“그땐 판사도 아마 적이 돼서 사법처리가 안될 거야. 다 똑같은 놈들일 텐데”라고 한 발언을 공개했다.

검찰은

국정원이 심리전단 직원 1명당 하루에 3~4건씩 매일 정부·여당에 대한 찬성글, 야당·시민단체에 대한 반대글을

작성토록 한 뒤 게시글 목록을 제출받은 사실도 새롭게 공개했다.

 

심리전단 1개팀(20명)이 하루 60~80건, 매월 1200~1600건의 댓글을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국정원 심리전단은 4개팀으로 구성돼 있고, 이 중 3개팀이 ‘댓글달기’ 활동을 한 것으로 보인다.

원 전 원장 측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

“종북대응 사이버 활동은 국정원의 고유업무”라며

“대통령과 정부의 국정 성과를 알리는 국정원의 기본활동을 특정 정당 내지 특정 정치인에 대한

지지·찬양 또는 반대·비방으로 보는 것은 국정원의 기본업무를 간과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검찰이 종북좌파와 일부 야당 성향 정치인의 주장이 외견상 비슷하다고 해서

국정원의 사이버 활동을 정치관여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며

“국정원의 손발을 묶으려는 북한 및 종북좌파의 주장과 상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원 전 원장에 대한 다음 재판은 다음달 2일 열린다.

이날 민병주 전 국정원 심리전단 단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다.

재판부는 원 전 원장에 대한 재판을 오는 10월6일까지 매주 월요일 집중심리로 진행한다.



▲ 매카시즘(McCarthyism)

미국 공화당 상원의원 J R 매카시는
1950년 2월 구체적 근거 없이

“국무성 안에 205명의 공산주의자가 있다”는 발언을 했다.

이를 계기로 미국 사회는 공산주의자 적발 광풍에 휩싸였다.

 

매카시의 이름을 인용, 정치·사회적으로 다른 의견을 가진 이들을 공산주의자로 매도하려는

태도를 일컫는 말로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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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의 위험한 발언들 "야당을 강에 처박아야.. 판사도 적"

 

검찰, 정치·선거 개입 ‘신종 매카시즘 행태’ 규정

 

                                                       경향신문 | 류인하 기자 | 입력 2013.08.26 22:33 | 수정 2013.08.26 23:37

 

검찰이 26일 열린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62)에 대한 첫 공판에서

원 전 원장이 4년 재임기간 중 정부·여당에 비판적인 개인이나 단체를 '종북' 또는 '적'으로 매도한 발언을

다수 공개했다.

 

검찰의 공소사실을 보면,

원 전 원장의 '척결 대상'에는 단순히 북한 또는 종북세력만이 있는 것은 아니다.

정부·여당의 정책이나 입장을 반대하는 야당 정치인과 사법부, 야권 성향의 교육감, 시·도지사 등이 망라돼 있다.

"부서장들은 이 정권하고밖에 더 하겠어요"
- 2009년 11월20일, 회의 녹취록


"판사도 적이 돼서 사법처리를 하지 않을 거야. 다 똑같은 놈들일 텐데"
- 2010년 지방선거 전, 전체 부서장 회의


"좌파 교육감들이 주장하는 무상급식의 포퓰리즘적 허구성 적극 홍보해야"
- 2010년 11월19일,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야당이 되지 않는 소리 하면 강에 처박아야지"
- 2012년 2월17일,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국정 성과 제대로 알리는 것이 종북좌파에 이기는 길"
- 2012년 6월15일, 원장님 지시·강조 말씀


▲ 대북 심리전 명분 내세워 국정원 직원들 이용
   원세훈 측은 검찰에 반발 "기소 목적에 끼워맞춘 것"



 

 

원 전 원장은 지난해 2월17일 부서장 회의에서

"진짜 금년 한 해가 아주 중요한 해 아닙니까. 이제 총선도 있고, 대선도 있고,

종북좌파들은 북한과 연계해서 어떻게든지 다시 정권을 잡으려 그러고…"라며

"야당이 되지도 않는 소리를 하면 강에 처박아야지.

금년에 잘못 싸우면 국정원이 없어지는 거야. 여러분들 잘 알잖아"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 발언에 대해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정권을 두고 과거 종북좌파가 정권을 잡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라며

"특정 야당 대선 후보가 정권을 잡아서는 안된다는 점을 지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원 전 원장이 18대 대선에서 야당의 문재인 후보 등이 당선되지 않도록

'국정원의 존망을 걸고' 활동해야 한다는 지침을 국정원 직원들에게 내렸다는 것이다.

원 전 원장은 2009년 11월20일 회의에선

"부서장들은 이 정권하고밖에 더 하겠어요"라며 국정원 간부들과 이명박 정권이 '공동 운명체'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또 지난해 1월 부서장 회의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의혹도 잘 차단하라"고 말했다.

원 전 원장은 2010년 지방선거 전 전체 부서장 회의에서

"그땐 판사도 아마 적이 돼서 사법처리를 하지 않을 거야. 다 똑같은 놈들일 텐데"라고 말했다.

 

야권 후보들이 당선된 뒤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더라도, 법원에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선고가 쉽게 나지 않을 거라는 얘기다.

재판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판사를 종북세력으로 규정하는 극우단체의 시각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원 전 원장은 2010년 11월19일 회의에서

"좌파 교육감들이 주장하는 무상급식의 포퓰리즘적 허구성을 적극 홍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야가 첨예하게 맞선 정치적 이슈인 무상급식 문제에 국정원 직원들이 적극 개입해

여당의 주장을 홍보토록 지시한 것이다.

원 전 원장은 19대 총선 직후이자 18대 대선을 8개월 앞둔 지난해 4월20일 부서장 회의에서

"금년에 종북좌파 40명이 여의도에 진출했는데 우리나라의 정체성이 계속 흔들리고 할 것이고…"라고 말했다.

원 전 원장은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박원순 야권 단일후보가 당선된 것에 대해선

"비한나라당 후보(박원순)가 시장이 됐는데 이는 온라인상의 활동이 잘못됐기 때문"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원 전 원장은 2010년 지방선거 직전인 4월16일 부서장 회의에선

"선거에서 단일화해라 하는 게 북한의 지령이라고. 북한 지령대로 움직이는 건 결국은 종북단체 아니냐"라며

'야권 단일화 추진 세력=종북세력'이라는 인식을 보이기도 했다.

 

검찰은 원 전 원장의 이 같은 발언을 소개하며

"원 전 원장이 국정원 내 심리전단팀에 (정치·선거 개입이라는) 범행을 지시한 증거"라고 주장했다.

원 전 원장 측은

"재임기간 동안 수백건 이상의 발언을 했는데 그중 고작 몇 개를 뽑아서 '이게 범죄 지시'라고 하는 것은

기소 목적에 끼워맞춘 것에 불과하다"고 반발했다.

 

원 전 원장 측은

"국정원 심리전단이 실제 한 것은 서해 북방한계선(NLL), 햇볕정책, 금강산 관광, 제주 해군기지, 연평도 포격사건,

북한 미사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문제에 대한 북한의 사이버공격에 대응한 것이 대부분"이라며

"정상적인 국정원 업무"라고 주장했다.

 

원 전 원장 측은

"국정원은 정부 정책을 옹호하는 게시글을 단 것에 불과한데 그 시점에 문재인 당시 대선 후보가

정부의 해당 정책을 반대하는 주장을 했다는 이유로 마치 국정원이 문 후보에 대한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것처럼 끼워맞추고 있다"고 말했다.



<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