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용 지하수로 담근 김치를 학교 식탁에 올렸다
전북지역 초중고 집단 식중독 사고 알고 보니…
급식업체가 학교 5곳에 청소에 쓸 생활용수로 배추김치 담가 유통
노로바이러스 오염된 지하수 사용했을 가능성도
보건당국, 역학조사 실시
한국일보 박경우기자 입력 2013.04.07 21:15
최근 집단 식중독 사고가 발생한 전북지역 각급 학교에 배추김치를 공급한 식품제조업체가
음식물 제조에 사용할 수 없는 청소용 지하수로 김치를 담근 뒤 학교에 급식용으로 납품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당국은 이 업체가 노로바이러스에 오염된 지하수를 사용했을 것으로 보고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전북도는 지난 2~5일 식중독 환자 300여명이 발생한 전주와 완주지역 초중고교 5곳에 배추김치를 납품해온
전주의 A식품업체가 청소용 생활용수로 써야 할 지하수로 김치를 담근 뒤 학교에 급식용으로 납품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7일 밝혔다.
도에 따르면 2001년 식품제조가공업체로 허가를 받은 A업체는 2003년 1월
"회사 내에 관정을 뚫고 지하수를 끓어 올려 청소용 생활용수로 쓰겠다"며
지하수 사용신청을 내고 해당 구청으로부터 승인을 받았다.
당시 구청은 지하수에 대한 수질 검사 결과, 생활용수로 적합하다는 판정을 내리고
사용승인을 해줬다.
그러나 A업체는 이 지하수를 청소용으로 사용하지 않고 배추를 세척하는 등
김치를 담그는 데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A업체는 해당 구청에
"더 이상 지하수를 청소용 생활용수로 사용하지 않는다"고 속여 지하수 수질 검사를 피한 뒤
10년간 김치 제조에 사용해왔다.
보건당국은 이에 따라 이번 집단 식중독 사고의 원인이 노로바이러스에 오염된 지하수로제조한
김치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역학조사를 벌이고 있다.
실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A업체가 김치 제조에 사용한 지하수를 채수해 노로바이러스 등
병원성 미생물 오염 여부를 조사 중이다.
식약처는 앞서 A업체가 납품한 배추김치 등 급식을 먹고 설사와 복통 증상을 보인 전주여고와 전주한들초교
학생들의 가검물 분석에서 노로바이러스균이 검출된 사실을 확인했다.
전북도보건환경연구원이 지난 5일 실시한 이들 2개 학교의 급식 보존식에 대한 검사에서도
노로바이러스균이 동일하게 발견됐다.
이번 집단 식중독 사고의 인과관계가 어느 정도는 입증된 셈이다.
노로바이러스란 오염된 음식물이나 물 등을 통해 섭취할 경우 사람에게 감염성 위장염을 일으키는
장관계 바이러스의 한 종류이다.
학교 급식에 청소용 지하수가 사용됐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보건ㆍ위생당국은 관리ㆍ감독 소홀에 대한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실제 행정당국은 A업체가 수질 검사 때마다 지하수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는데도
관정을 되메우는 폐공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도 관계자는
"해당 구청이 'A업체의 말을 믿고, 지하수를 식수로 사용하는지에 대한 점검을 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상부에 보고를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전북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학교 등 집단급식소는 일반 성인에 비해 면역력이 떨어지는 청소년들에게 식사를 제공하는 곳인 만큼
사용하는 물과 급식재료 등에 대한 철저한 위생관리가 이루어져야 한다"며
"특히 지하수의 경우 소독처리를 하지 않기 때문에 수돗물보다 병원성 미생물 등에 쉽게 오염될 수 있으므로
식품 및 위생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경우기자 gw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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