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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섬진강의 봄...오! 네가 매화로구나

기산(箕山) 2013. 3. 22. 00:03

 

[여행]섬진강의 봄...오! 네가 매화로구나[희망 100세]

 

청매실농원 등 매화꽃 활짝...23일부터 매화문화축제 "얼쑤"

 

 

                                                                                                                       양승진 기자   기사 더보기



광양 청매실농원을 찾은 직박구리 한 마리가 꽃이 활짝 핀 매화나무에 앚아 있다. 마치 조선시대 화조화의 대가인 김홍도의 화조도(花鳥圖) 를 보는 듯하다.

 

남녘에 봄이 당도했다.


매화와 산수유 등 봄꽃의 대명사들이 하루가 다르게 화사한 꽃을 피워 꽃내음 달이라는 3월을 수놓는다.
예전에는 소위 서열에 따라 순차적으로 피던 꽃들이 요즘은 계절이 모호한 틈을 타 앞 다퉈 피어난다.

세상이 점점 빨라지는 것을 꽃들도 아는지 그 속도를 맞춰가는 느낌이다.

한낮 기온이 영상 25도를 오르내리는 탓에 축제일을 잡아놓은 쪽에서는 꽃들의 행진이 너무 빠르다고 난리다.
그나마 이번 주에는 잠깐 영하의 날씨를 보여 꽃들도 좀 쉬었다 가라하니 다행이다.

섬진강을 사이에 둔 광양과 하동, 구례는 3월이면 한반도에서 가장 먼저 화사해진다.
온 몸으로 찬바람에 맞선 그들이기에 더 앙증맞은 꽃으로 기분 좋은 길을 내놓는다.

분명 봄은 섬진강에서부터 시작된다.

 /광양ㆍ하동=글ㆍ사진 양승진 기자 ysyang@asiatoday.co.kr

 

 

섬진강 550리 물길 중 가장 아름답다는 매화마을 건너편 하동 야생차밭에서 일하는 아주머니 주위로 매화가 활짝 피었다.


◆ 섬진강 따라 흐르는 진한 매화향

 

섬진강을 사이에 둔 전남 광양과 경남 하동은 영ㆍ호남으로 나뉠 뿐 꽃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다.

누구는 먼저 피고 누구는 늦는다는 기별이 애초부터 없다.

 

강폭에 상관없이 매화는 그윽한 향으로 오갈 뿐이다.

하루가 다르게 톡톡 터지는 꽃망울은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섬진강을 잊지 않고 찾아와 준 게

고마워 눈물이 날 지경이다.

마치 백년손님인 사위를 맞는 느낌이 이럴까 싶다.

빤히 쳐다보기 민망해 곁눈질로 슬쩍 슬쩍 보는데도 결국은 다 보게 된다.

섬진강의 봄은 화개장터를 품고 있는 남도대교가 중심이다.
550리 물길 중 가장 아름답다는 이 길은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다르고 그 다음해 봄이 또 다르다.
861번 국도인 섬진강매화로는 요즘 아기 엉덩이 같이 뽀얗다.

화개장터가 있는 하동에서 남도대교를 건너면 섬진강매화로를 따라 섬진교까지는 꽃길이다. 매화꽃을 벗삼아 섬진강이 보이는 밭에서 일하는 부부의 모습이 서정적이다.




길옆으로 흐드러지게 핀 매화 덕분에 이 길을 지나가기만 해도 주머니마다 매화향이 가득 찬다.

고사마을, 소학정마을, 다사마을, 향동마을, 죽천마을 등 예쁜 마을 이름들과 함께

홍매화ㆍ청매화ㆍ백매화들이 일제히 얼굴을 내민다.

다압면사무소를 지나 섬진강매화마을까지 이어지는 도로변은 온통 흰 눈이 내린 것처럼 뒤덮여

오가는 사람을 붙잡는다.

논두렁 밭두렁은 물론이고 고샅길과 산등성이 등 온갖 곳이 다 흰색이다.

가끔 백설기에 뿌려 놓은 붉은 콩처럼 홍매화가 드문드문 경계를 가를 뿐이다.

섬진교까지 강둑을 따라 진행하던 매화꽃은 매화마을인 청매실농원에 와 백암산으로 오른다.

매화가 지천으로 핀다고 해서 매화마을로 불리는 이곳은 원래는 밤나무가 많아 강마을로 불렸다.

1930년대 고(故) 김오천 옹이 처음으로 매화를 심었고,

며느리인 홍쌍리 씨가 이어 받아 지금의 청매실농원으로 만들었다.

수를 셀 수조차 없을 만큼 매화나무가 빼곡한 이곳은 강둑에서 피기 시작한 매화가

산길을 따라 백암산 끝자락까지 오르는데 평균 20여일이 걸린다.

3월 중순에서 4월 초까지 아무 때나 가도 매화꽃을 만날 수 있으니 그야말로 매화천국이다.

 

광양 청매실농원 뒷편에 있는 S자 모양의 대숲길에는 백매화와 홍매화가 경쟁하듯 피어나 봄을 노래한다.



◆ 23일부터 매화문화축제 “얼쑤”


청매실농원 산책로를 따라 산길을 오르면 30여만평의 농장이 그림처럼 펼쳐진다.
섬진강을 벗 삼아 가지런히 정렬된 3000여개의 장독대는 어머니를 만나듯 푸근해진다.

바람이 불때마다 서걱거리는 대숲에서 매화는 잠시 숨을 돌리는가 싶더니

화사한 봄을 알리는 홍매화가 이를 알아차리고 손을 흔든다.

팔각정 전망대에 오르면 푸른 섬진강이 내려다보이고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을 촬영한

초가집 주변 문학동산에도 매화꽃들이 웅성댄다.

김영랑, 윤동주, 정호승 등 내로라하는 시인들의 시비 29개가 늘어서 운치를 더한다.

시인 김용택 씨는

“매화꽃 꽃 이파리들이 하얀 눈송이처럼 푸른 강물에 날리는 섬진강을 보셨는지요…….”하며

섬진강 매화를 노래하고 있다.

산책로를 따라 산길을 걷다보면 섬진강 넘어 하동 땅으로 박경리 소설 ‘토지’의 고향인 평사리가

봄 아지랑이처럼 아른거리고, 군데군데 움을 틔운 차밭도 눈에 띈다.

그 사이로 군데군데 모여 있는 매화꽃은 마치 솜사탕을 꽂아 놓은 듯 서정적이다.

신부의 부케를 닮은 활짝 핀 청매화를 향해 꿀벌 한 쌍이 날아들고 있다. 



올해 매화는 지난해보다 좀 일찍 펴 속도를 높이고 있다.

매화나무 아래 장을 펼친 할머니들에게 그늘을 드리울 정도여서 백암산을 타고 오르는 건 시간문제다.

이곳 주인인 홍쌍리 씨는 이름 자체가 브랜드다.

매실명인으로 불리는 그는 떨어지는 꽃잎 하나에도 눈물을 주르륵 흘릴 만큼 너무도 감성적이다.

오죽하면 꽃과 열매를 아들과 딸이라고 부르니 한 해 이곳을 찾는 상춘객 보다 자식이 더 많은 셈이다.

홍 씨는 “올해는 우수와 경칩이 빨라 꽃이 일찍 폈다”며 “예년에 비해 한 열흘은 빠른 것 같다”고 말했다.

광양시는 2013 광양국제매화문화축제를 다압면 섬진마을에서 23일부터 31일까지 연다.

매화꽃길 음악회, 석고마임 퍼포먼스, 매화인두호체험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마련된다.

 

 

청매실농원에서 백암산으로 오르는 길에 홍매, 백매가 활짝 피었다. 관광객들이 모노레일을 따라 가는 모습도 인상적이다.   


매년 상춘객들로 미어터지는 것을 감안해 올해부터는 하동 만지마을에서 수월정까지 부교를 놔

교통체증을 줄일 요량이다.

구례방면이나 하동IC를 통해 들어오면 이 길을 이용하는 게 수월하다.

 


광양시는 토요일인 23일과 30일 광양시티투어를 운영해 이를 연계하면 좋을 듯하다.

광양시 홈페이지에 사전 예약하면 된다. 광양국제매화문화축제위원회 (061-797-37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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