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니아에서 '악랄한' 마피아를 찾지 마라
[오마이뉴스 홍성식 기자]
입력 2012.12.31 10:01 | 수정 2012.12.3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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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바니아의 수도 티라나. 많은 건물들이 재건축 중이었다.
붉은 바탕에 새의 형상이 그려진 게 알바니아 국기다.
ⓒ 홍성식
마피아가 지배하는 나라에 왜 가냐고?
2011년 여름. 그곳을 여행할 것이라고 SNS를 통해 알렸다.
이를 접한 친구와 전 직장동료, 후배들은 나의 알바니아행을 말렸다.
"거긴 악랄한 알바니아 마피아가 지배하는 나라가 아니냐"라는 게 공통된 우려였다.
그 사람들의 선입견과 편견에는 이유가 있었다.
그들 대부분은 할리우드 영화 < 테이큰 > 을 봤다.
영화적 완성도가 높고 낮음을 떠나 어떤 의도를 지니고 만든 것이 분명해 보이는
영화의 줄거리를 거칠게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미국 중산층 가정.
철없는 열일곱 딸은 아버지(리암 니슨 분)의 만류를 뿌리치고, 여름방학을 이용해
친구와 프랑스 파리로 놀러 간다.
할리우드 액션영화의 문법에 따라 당연한 수순처럼 사건이 발생한다.
알바니아 출신 마피아들에게 딸이 납치되는 것.
이들은 프랑스 경찰도 통제하지 못하는 악랄한 범죄·인신매매조직이다.
10대 소녀들을 마약에 취하게 해 성폭행하고, 은밀한 경로를 통해 그녀들의 처녀성을 거래하려 한다.
영화에서 묘사되는 알바니아 마피아는 인면수심이다.
폭행과 협박으로 매춘부를 관리하고, 정부기관에 뇌물을 먹이고,
뭔가가 자신들의 비위에 거슬리면 상대의 팔과 다리를 수숫대처럼 꺾어버리거나 총을 난사한다.
그러나, 할리우드 영화의 주인공은 언제나 승리하는 법.
리암 니슨은 수백 대 일의 싸움에서도 기죽지 않고, 결국에는 악당으로 설정된 알바니아 마피아들로부터
딸을 구해 미국으로 돌아간다는 게 < 테이큰 > 의 결말.
전편의 인기에 힘입어 최근에는 속편까지 제작돼 개봉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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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속 무슬림국가. 알바니아에선 어느 도시나 어렵지 않게 이슬람성당(모스크)을 만날 수 있다.
ⓒ 홍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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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소망을 담아 푸른 하늘로 뻗은 첨탑.
신을 향한 마음이 가톨릭과 무슬림이 다를까? 그렇지 않을 것이다.
ⓒ 홍성식
알다시피 알바니아는 유럽 국가 중 이슬람교도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다.
< 테이큰 > 을 포함한 유사한 몇몇 영화들이 알게 모르게 은근히 선동하는
'이슬람교를 신봉하는 사람들 = 멍청이 또는, 테러리스트'란 등식.
그 등식에 자신도 모르게 빠져든 내 친구들을 타박할 생각은 없다.
앞서 말했듯 할리우드 영화는 무엇보다 힘이 세니까.
마피아가 없을 수밖에 없는 이유
그런데, 상식적으로 한 번만 생각을 해보자.
알바니아는 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다.
1960년대 한국처럼 아직도 소달구지가 다닌다.
범죄 집단이 유지될 수 있으려면 그 공간에 투명하지 못한 '검은 돈'이 흘러 다녀야 한다.
조직폭력배나 마피아가 아무 것도 해먹을 게 없는 나라나 도시에 있을 리 만무하다.
알바니아 대부분의 도시에는 범죄 집단 성립의 제1필요조건인 '검은 자본'이 없다.
멀리 가지 말고 한국만 봐도 그렇다.
가장 악랄한 범죄 단체는 모조리 서울에 있다.
서울은 우리나라에서 '투명하지 못한 돈'이 가장 많이 떠돌아다니는 도시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농사짓고, 나물 캐서 연명하는
수천 명 인구의 소읍에 조직폭력배가 있다는 소리를 이때껏 들어보지 못했다.
알바니아도 한국과 마찬가지 아닐까.
그게 조직폭력배건 마피아건, 깡패도 사람인데 밥 안 먹고 손가락만 빨면서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밥 굶는 깡패라니. 듣기에도 웃기지 않는가.
물론 '알바니아 마피아'는 실재한다.
그 행동의 극악무도함에서 이탈리아나 러시아 마피아에 뒤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그들은 이미 '검은 돈' 아래에서 해먹을 게 있는 곳으로 떠났다.
한국의 범죄 단체가 서울에서 뿌리를 내린 것처럼,
알바니아 마피아 역시 '피 묻은 돈'이 떠다니는 서유럽의 휘황찬란한 도시로 옮겨갔다.
이게 내가 내린 결론이었고, 그 결론 아래서 친구와 후배, 전 동료들의 걱정을 무시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내 판단이 옳았다.
알바니아는 아름다운 자연 풍광 아래 가난하지만 착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