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통` 블랙박스, 알고 보니 `명짧은` 메모리카드 탓?
매일경제 입력 2012.11.29 17:47
김현규 씨(38세, 인테리어업)는
지난 5월 차량용 블랙박스를 구입해 자신의 싼타페에 장착한 뒤 24시간 켜놓고 다녔다.
며칠 전 블랙박스 메모리카드에 어떤 영상이 저장돼 있는 지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다.
가장 최근 영상이 최종적으로 운행했던 전날이 아닌 20여 일이 훨씬 지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는 블랙박스를 구입한 업체를 찾아 애프터서비스를 요청했고,
업체는 메모리카드 수명이 다했을 것이라고 답변했다.
그는 업체 말을 곧이곧대로 믿긴 힘들었지만 일단 메모리카드를 교체했고,
현재까지 영상이 제대로 되는 것을 확인했다.
자동차 안의 변호사라는 차량용 블랙박스(차량영상주행기로장치)가
200만대 이상 보급될 정도로 대중화되면서 사고순간을 제대로 녹화하지 못하는
'먹통' 피해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블랙박스 관련 소비자 불만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지난 2008년에는 11건에 불과했지만
2010년에는 640건으로, 2011년에는 1100건으로 급증하고 있다.
업계는 블랙박스 오작동 피해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본다.
하나는 블랙박스 인기에 편승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업체들이 저가로 만들거나
수입한 불량 제품을 구입해서다.
다른 하나는 영상을 저장하는 메모리 카드의 수명이 다했기 때문이다.
블랙박스를 장착한 운전자들에게
"메모리카드에 수명이 있는 것을 아느냐?"고 물으면
대다수의 운전자들은 금시초문이라고 답한다.
정보를 읽고 쓰는 메모리카드는 이들의 생각과 달리 정해진 수명이 있다.
수명은 데이터를 읽고 쓰는 횟수에 달렸다. 횟수가 늘어날수록 수명은 짧아진다.
블랙박스는
카메라가 24시간 작동하면서 영상기록을 메모리카드에 저장하는데,
메모리카드 저장용량이 영상정보로 꽉 차면 오래된 기록부터 지우면서 새로운 영상정보를 덧씌운다.
블랙박스, 카메라, 스마트폰 등 휴대용 전자제품에 사용되는 메모리칩은
낸드 플래시 메모리(NAND flash memory)라고 부른다.
플래시 메모리는 정보저장방식에 따라
SLC(Single Level Cell), MLC(Multi Level Cell), TLC(Triple Level Cell) 등 세 종류가 있다.
수많은 메모리 셀(cell)로 구성된 메모리카드에서
하나의 셀에 1비트 정보만 저장하는 게 SLC방식,
하나의 셀에 2비트 정보를 저장하는 게 MLC방식,
하나의 셀에 3비트 저장하는 게 TLC방식이다.
현재 SLC방식이
정보기록의 안정성, 신뢰성, 속도, 수명 등에서 가장 우수한 성능을 발휘하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하지만 생산단가가 비싸 휴대용 전자제품용으로는 생산되지 않는다.
TLC방식은 생산단가가 상대적으로 가장 싸다.
단점은 메모리카드에 읽기/쓰기 능력이 제한됐다는 점이다.
TLC 8기가 메모리칩의 경우 최대 500번의 정보 읽기/쓰기가 가능하다.
500번의 횟수를 넘어서면 그때부터 기록저장 성능을 신뢰하기 어려운
'비신뢰 구간'으로 떨어지진다.
블랙박스에 장착해 24시간 상시 녹화할 경우
제대로 된 성능을 발휘하는 수명이 최대 45일이고,
그 이상 지나면 제대로 저장되지 않을 가능성이 생기게 된다.
TLC방식은 또
한 셀에 3비트 정보를 입력하기에 속도도 느리고 열이 발생한다.
최근 들어서는
여타 방식의 플래시 메모리 생산비용이 낮아지면서 가격적으로도 경쟁력이 그렇게 크지 않다.
요즘 주목받고 있는 저장방식은 MLC다.
MLC 8기가 메모리칩은 최대 1만번까지 읽기/쓰기를 할 수 있다.
수명은 최대 3년이다.
MLC 메모리카드는 삼성, 렉사(Lexar) 등이 생산하고 있다.
TLC방식과 비교할 때 제조원가는 30% 정도 비싸다.
그러나 메모리칩을 사용한 완제품 메모리카드 가격 차이는 5% 정도로 줄어들고,
일부 제품에서는 거의 비슷한 가격에 판매된다.
렉사의 MLC방식 16기가 마이크로SD카드와 샌디스크의 TLC방식 16기가 마이크로SD카드는
하이마트에서 3만원에 판매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블랙박스는 예측할 수 없는 결정적 순간을 '감시'하고 '기록'하는 장치이므로
신뢰있는 제품을 사용하고, 화면을 제대로 저장되고 있는 지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며
"메모리카드가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하면 아깝더라도 카드를 교체해주거나,
성능이 우수한 제품을 사용해야 블랙박스 먹통 피해를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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