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원 내리면서 죽겠다던 정유사 사상 최대 실적 왜
석유제품 수출 크게 늘어
업계선 ‘기업 배싱’ 우려
중앙일보2012.02.04 00:16 수정 2012.02.04 04:46
한은화 입력
국내 정유업계가 사상 최대 실적을 냈지만 또 다른 기업 배싱(bashing·기업 때리기)을 우려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3일
지난해 매출 68조3754억원, 영업이익 2조8488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10년과 비교해 매출은 27%, 영업이익은 51% 늘었다.
에쓰오일의 실적도 매출 31조9140억원, 영업이익 1조6698억원으로 사상 최대다.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도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
사상 최대 실적에 정유사 는 오히려 좌불안석이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전체 실적이 좋아졌지만 국내 주유소에 기름을 제공해 번 돈은 극히 일부인데도 오해를 사고 있다.
현재 유가가 오르고 있어 또 다른 형태의 기업 때리기가 나오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지난해 4월 7일~7월 6일 휘발유값 L당 100원 할인으로 7000억~8000억원의 매출 손실을 기록했다고
주장했던 것도 부담이다.
이와 관련, 영업이익은 크게 늘긴 했지만 100원 할인으로 이익률이 감소했다.
SK의 경우 정유사업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3.2%에서 2.5%로 줄었다.
제조업 전체 평균 6.9%에 훨씬 못 미치는 수치다.
그럼에도 정유사 실적이 좋아진 가장 큰 이유는 '정제마진'이 좋아져서다.
통상 원유보다 원유를 정제해 만드는 석유제품 가격이 비싸지면 정제마진이 좋아진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복합 정제마진 은 배럴당 1.49달러로
전년의 마이너스 0.25달러보다 크게 나아졌다.
벙커C유와 같은 값싼 기름을 재활용해 휘발유·경유로 만드는 고도화 시설 처리가 잘 돼 있는
국내 정유사의 경우 이 정제마진이 좋아질수록 이익을 많이 남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2011년은 중국·인도 같은 신흥국 시장의 석유제품 수요가 대폭 늘어나
이란 불안요소로 원유가격이 상승했음에도 정제마진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이유는 석유제품과 석유화학제품 수출이 늘어난 덕이다.
SK의 경우 2011년 수출 물량은 전년 대비 10% 증가했다.
2011년 휘발유·경유 같은 석유제품 가격이 전년 대비 36~40% 비싸진 것을 감안하면
수출액은 50%가량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GS칼텍스의 경우 지난해 수출 200억 달러를 기록했다.
국내 기업 중 200억 달러 이상 수출을 기록한 곳은 삼성전자와 GS칼텍스뿐이다.
GS칼텍스는 2010년 7월부터 2011년 6월까지 243억 달러어치의 원유를 수입했는데,
국내 수요분을 빼고 수출액만 205억 달러나 된다.
84.4% 상당의 외화를 회수하는 효과를 거둔 것이다.
정유부문 외에 윤활유·화학 사업이 호황이었던 것도 이익을 늘리는 데 한몫했다.
국내 정유사는 과거 원유를 수입해 휘발유·경유와 같은 석유제품을 만들어 팔던 정유기업에서
윤활유·석유화학부문의 비중을 늘려 종합에너지 기업으로 거듭났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SK이노베이션의 경우
지난해 전체 영업이익 중 정유부문을 제외한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57%(1조6072억원)에 달한다.
석유화학부문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은 7743억원으로 전년(3873억원)보다 배 가까이 늘었다.
에쓰오일도 정유·석유화학·윤활유 등 3개 사업부문에서
윤활유의 영업이익이 7175억원으로 정유부문(5016억원)을 앞섰다.
◆ 기업 배싱=
정치권에서 기업을 몰아붙이는 분위기가 강해지면서 쓰이기 시작했다.
'배싱(bashing)'의 사전적 정의는 '맹비난' '강타'다.
1980년대 초 미국과 일본 간에 무역 분쟁이 심해졌을 때는
미국에서 '일본 때리기'(Japan bashing)가 유행했다.
한은화 기자onhw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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