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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부 ‘중학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 발표했지만…

기산(箕山) 2011. 11. 9. 03:11

교과부 ‘중학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 발표했지만…

 

                                                            세계일보| | 입력 2011.11.08 19:18 |수정 2011.11.08 19:18

 

학계 쟁점 절충에도 보·혁 갈등 여전

교육과학기술부가 8일 확정한 '중학교 새 역사 교과서 집필 기준'은

그동안 핵심 쟁점을 둘러싸고 극한 이념대립 양상까지 보였던 보수·진보 양측의 입장을

절충한 안으로 평가된다.

보수학계가 강조해온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 용어를 명시한 대신

진보진영의 '독재' 표현도 반영했다.

 

하지만 진보 측은 이번 집필기준에 '자유민주주의'와 '유일한' 표현이 사용된 점 등을 이유로

반발하고 있어 역사 교과서 개정을 둘러싼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보수·진보 학계의 요구사항 절충해 반영

교과부가 이날 확정한 중학교 역사 교과서 집필기준은

'유엔의 대한민국 승인'과 '자유민주주의 서술', '독재 표현' 등

지난 8월 역사 교육과정 고시 이후 보혁 간 뜨거운 쟁점이었던 세 가지 사항에 대한

일종의 절충안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국사편찬위원회가 제시한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 문구는 그대로 유지됐다.

 

한국역사연구회 등 진보학계는 지난달 17일 국편 공청회에서 공개된 집필기준 초안에

기존 교과서에는 없던 '유일한'이라는 표현이 등장한 것을 두고 "역사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삭제를 요구해왔다.

 

교과부는

"유엔 총회 결의상 대한민국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받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라고

일축했다.

또 '역사 교육과정'에 명시된 '자유민주주의' 용어 가운데 1개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로 대체됐다.

헌법재판소 결정 사례 등을 검토한 결과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는 자유민주주의와 동일한 뜻이라는

판단에서다.

한국역사연구회 이인재 회장은

"교육과정 고시안의 '자유민주주의'는 그대로 유지한 채

'자유민주적 기본질서'가 자유민주주의와 같은 의미라고 강조하는 것은 말장난에 불과하다"며

"앞으로 모든 역사 교과서에서 '민주주의'를 없애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진보 "교과서 검정은 투명하게 진행돼야"

보혁 간에 첨예하게 대립했던 쟁점은 '독재'라는 표현의 명시 여부였다.

 

진보학계는 집필기준 초안의 "자유민주주의가 시련을 겪기도 하였으나…" 부분에서

기존의 '이승만과 박정희 정권 때의 독재 정치와 민주화 운동' 표현이 빠진 것을 두고

역대 독재정권 미화 의도가 담긴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교과부는 이들의 지적대로 '독재'로 인해 자유민주주의가 시련을 겪었다는 점을 살리되

다른 사례도 존재하는 만큼 '장기집권 등에 따른 독재화'로 최종 결정했다.

하지만 진보학계는 여전히 "미흡하다"는 평가다.

 

이 회장은

"민주주의가 시련을 겪은 것은 독재정권이 민주질서를 훼손했기 때문인데

집필기준은 마치 문제의 본질이 장기집권 때문인 것 같은 해석상의 여지를 뒀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집필기준의 정치적·법적·학문적 부당함을 국민에게 지속적으로 알려나가고,

국편의 검정 교과서 심사 과정이 투명한 절차에 따라 진행될 수 있도록 학계의 뜻을 모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보수학계도

집필기준에 '독재' 표현이 추가된 것은 학생들의 비판적 안목을 길러준다는 점에서 환영한다는 뜻을 밝혔다.

한편 각 출판사는 이번 교과서 집필기준에 따라 교과서를 만들어 내년 4월 검정 심사를 신청해야 한다.

교과부로부터 검정 심사를 위임받은 국편은 검정심의회를 꾸려 심사를 벌이고,

내년 8월 검정에 통과한 역사 교과서들을 발표할 예정이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