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 텔레비젼 방영 -『동아일보』1980.11.12
- 문화, 교육, 사회적영향과 부작용에도 관심을
문공부가 12월 1일부터 한국방송공사(KBS)의 방송망을 통해 하루4시간씩 전국에 걸쳐
컬러텔레비젼의 시험방송을 실시하기로 결정함으로써 한국도 드디어 컬러TV시대에 들어서게 됐다.
본격적인 컬러방송이 81년4월부터 시작되면
우리도 지금까지의 「단색문화」(흑백)시대에서 「다색문화」시대로 비약하게 되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텔레비젼방송이 흑백에서 컬러로 바뀌어온 세계적인 추세에 비추어 볼때
한국이 이제야 컬러방송을 시작한다는 것은 때늦은 감이 없지 않다.
78년말 현재로 세계1백50여개 국가중에서 컬러방송을 실시하고 있는 나라는 1백17개국에 이르며
아직 컬러방송을 않고 있는 나라는 한국을 포함해서 30여국에 불과하다.
미국은 54년 일본은 60년 태국과 「필리핀」도 6년전인 74년부터 컬러방송을 하고 있다.
우리의 컬러방송이 늦어진 것은 경제력이나 기술이 미치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경제성장이나 1인당 국민총생산(GNP)이 우리보다 뒤떨어진 나라가운데도 컬러방송을 하고있는 나라는 많다.
우리가 컬러방송을 미루어왔던 것은 「색채혁명」에서 파생될 부작용을 너무 의식해서였다.
전자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나 세계적인 모체발전의 흐름에 뒤지지 않기 위해서는
컬러TV방송을 서둘러야한다는 주장이 몇년전부터 대두됐었으나
국민총화가 강조되고 정치적 사회적으로 소득의 균등분배문제가 논의되고 있는 시점에서
컬러방송을 실시한다면
이제 겨우 흑백텔레비젼수상기를 갖추기 시작한 농민들에게 더욱 소득격차의식을 불러일으키고
계층간의 위화감을 자극할뿐 아니라 사치를 부채질할 우려가 있다는 정부의 판단때문에 주춤할 수 밖에 없었다.
전자산업의 심각한 불황이 정부의 이러한 태도를 예상보다 빨리 바꾸어놓은 계기가 됐다.
수출부진으로 고전을 겪고있는 전자업계를 지원하는 방안으로 정부는 지난 8월부터
컬러 수상기의 시판을 허용했고 업계는 월5만대의 판매를 예상하면서 활로가 뚫리기를 기대했었지만
경제전반의 불황으로 판매고는 석달동안에 4만4천대에 불과했으며 텔레비젼제조공장의
가동률은 35%에 머물고 있었다.
그래서 전자산업의 주종을 이루면서 파급효과가 큰 텔레비젼제조업의 적극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하게 됐으며 그 조치의 하나로 결정된 것이 컬러방송의 실시였다.
컬러방송이 따르지 않는 수상기의 판매로는 실효를 거둘수 없다는 것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컬러방송의 경제적인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색채혁명」이 우리의 사회생활 의식구조
그리고 국민총화에 미칠 충격을 우려해서 그 시기상조론을 주장할 사람이 아직도 있을줄 안다.
그러나 모든 발전에는 부작용이 따르기 마련인 것이며 부작용때문에 발전자체를 거부하는것 보다는
발전을 추진해가면서 파생되는 부작용을 제거 또는 축소해 가는것이 좀더 적극적인 자세라고 생각된다.
컬러방송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념을 초월해서 모든 나라들이 컬러방송을 실시하고 있는 것도 그때문일 것이다.
컬러텔레비젼은 흑백텔레비젼에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매체효과가 큰것이다.
그것은 색채가 갖는 특수성 때문이다.
모든 동물과 마찬가지로 인간도 색채에 대해서는 일종의 본능적인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그러기 때문에 컬러방송은 시청자에게 심리적 감정적 정서적 영향을 강하게 미치고
사람의 생활방식과 의식구조 가치관에까지 영향을 미친다.
컬러방송을 색채혁명이라고까지 부르는 이유는 여기에 있는 것이다.
색채의 매력때문에 컬러수상기를 갖고있는 사람은 흑백수상기를 가진 사람보다 50%정도
텔레비젼을 보는 시간이 더 길어지며 효과면에서도 컬러텔레비젼은 흑백보다 두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나있다.
미국에서 실시한 컬러텔레비젼의 영향에 관한 한조사에 따르면
교육수준이 낮으면 낮을수록, 나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소득이 적으면 적을수록 텔레비젼의 영향력이
크게 나타난다고도 한다.
이모든 것을 종합해 볼때 컬러 방송은 유용하게 활용하면 효과가 대단한데 반해서
잘못 사용하면 해독 또한 크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앞으로 컬러방송을 제작하고 운영할 사람들의 책임이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프로그램제작에 있어서 흑백텔레비젼때 보다 몇갑절 신중을 기해야할 줄 알며
컬러시대를 맞아 이것을 과거 흑백시대때의 안이한 제작태도를 탈바꿈하는 계기로 삼아주었으면한다.
다음으로는 컬러방송이 시작되기전부터 거론됐던 계층간의 위화감이나 사치풍조가 조성되지 않도록
방송책임자들이 각별히 유의해야 할 것은 물론 남보다 먼저 컬러수상기를 사게되는 사람들도
그것을 너무 자랑해서 못가진 사람들 특히 어린이들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컬러방송은 정부가 너무 경제정책적인 측면만을 고려하고 컬러방송이 갖는 사회문화적인 영향이나
교육적인 기능을 간과한채 충분한 준비없이 시작하고있는 인상을 주고있는데
지금부터라도 우리보다 앞서 방송한 나라들의 경험을 거울삼아서 논란이 있는 가운데 맞이한
우리의 컬러시대가 경제적 사회문화적인 목적을 다같이 달성하는 일석이조의 성과를 거두기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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