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 '배추대란' 6개월 만에 1000원대'逆대란' … 급등락 왜?
한국일보 | 입력 2011.04.29 20:51
'밭떼기상' 이 유통 70~80% 장악… 수급조절 '난맥' 탓
묘한 것은 기름 값만이 아니다.
묘하기로 따지면 배추 값이 더하다.
작년 가을 한때 포기당 1만원을 넘나들었던 배추 값이 이젠 1,000원대까지 떨어졌다.
비싼 배추 탓에 김치 대신 단무지를 먹어야 했던 '배추대란'이 벌어진 게 불과 6개월 전인데,
이젠 값이 너무 떨어져 밭을 갈아 엎는 '역(逆)배추대란'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도대체 뭣 때문에 배추 값은 폭등과 폭락을 반복하는 것일까.
29일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4월 하순 현재 배추 도매가격은 포기 당 1,470원.
배추 값이 최절정에 달했던 지난해 9월 하순(9,414원)과 비교하면 6분의 1이하로 떨어졌다.
작년 이맘때(3,888원)와 비교해도 절반 이하고,
최근 5년간 평균가격(2,601원)과 견줘서도 40% 이상 떨어져 있다.
심지어 이날 도매시장 거래가격은 830원까지 추락했다.
"배추 값이 껌 값만도 못하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
표면적으로 나타난 가격 급락의 원인은 재배 면적과 생산량 증가.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봄 배추 재배면적은 1만2,132㏊로 평년에 비해 15.7%, 작년 대비 23.8% 증가했다.
일조량도 좋아 단위 면적(100㎡) 당 생산량이 평년에 비해 3.1%가량 늘었다.
그 결과 봄 배추 수확량은 평년보다 20.2%나 증가한 63만2,000여톤에 이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한마디로 공급과잉인 셈.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금의 배추 값 폭락에는 산지 유통업자들이 배추재배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구조적인 문제가 자리잡고 있다고 주장한다.
즉, 밭 작물을 몽땅 사들이는 일명 '밭떼기상(산지 유통인)'이 전체 유통량의 70~80%를 장악하고 있는데,
올해 초 한파가 지속되자 배추가격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고
이들이 일선 농가들과 대량 재배계약을 맺었다는 것이다.
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서대석 박사는
"지난해 배추 가격이 올라 올해 봄 배추 재배면적이 증가할 것이라는 경고를 담은
관측 속보를 농가에 보냈지만 결과적으로 산지 유통업자들의 입김이 더 셌다"고 말했다.
아무리 정부가 물량조절을 권해도 농민들로선 밭떼기상들이 원하면 재배물량을 늘리게 된다는 것이다.
배추는 2~3개월로 생육기간이 짧아 다른 작물을 재배하던 농민들도 언제든 갈아 탈 수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봄 배추 출하가 절정에 달하는 5, 6월엔 가격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농식품부는 전체 봄 배추 물량 예상치 63만 톤 가운데 4월까지 겨우 7만여 톤이 출하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추세라면 공급조절을 위해서라도 배추 밭을 갈아엎는 사태가 속출할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 김정욱 채소특작과장은
"나머지 물량이 쏟아져 나올 것을 대비해 수급 안정대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장기적으로는 정부의 계약 재배 물량을 늘려 산지유통인에 의한 공급량 및 가격 변동가능성을
최대한 줄이는 방법 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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