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관

박춘석, 음악과 결혼하고 순정을 바친 사나이

기산(箕山) 2011. 3. 15. 01:46

[그립습니다]박춘석, 음악과 결혼하고 순정을 바친 사나이 중의 사나이

작곡가, 1930년 5월8일 서울 출생, 2010년 3월14일 별세

                                                   경향신문 | 남진 | 박춘석기념사업회 회장 | 입력 2011.03.15 01:16

 

무엇이든 시간이 지나면서 시들어가지만,

추억만큼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마음 안에서 커지고 그리워지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 선생님이 떠나신 지 벌써 1년이 되었습니다.

세상의 그 어떤 것보다 음악을 가장 사랑하기에 "음악과 결혼했다"며 평생 독신으로 사셨던 선생님.

어쩌면 그것은 음악을 전부로 알고 살았던 한 남자의 숙명이라고 생각됩니다.

음악에 바친 당신의 순정은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고,

그리하여 당신은 '국민 작곡가'라는 영예로운 별칭까지 얻으셨습니다.

 

 


 

 

병환으로 거동이 불편한 중에도 피아노 앞에서 밤샘 작업을 하셨던 선생님.

16년간 투병하시면서 얼마나 외롭고 힘드셨을까요.

곁에 있어 드리지 못한 것이 이렇게 두고 두고 한이 될 줄 몰랐습니다.

무척 후회스럽고 지금도 죄스러움으로 가슴이 아픕니다.

선생님께서 저에게 주셨던 사랑과 많은 작품들은 정말 큰 은혜였습니다.

가끔 이 인연은 어디에서 온 것일까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스무살 어린 나이로 데뷔했을 때 노래는 물론 세상의 지혜까지 가르쳐 주셨던 선생님,

아니 '스승님'이셨습니다.

선생님의 이름 뒤에는 항상 '사단(師團)'이란 수식어가 따라 다녔지요.

저를 포함해 패티김, 이미자, 나훈아, 문주란, 정훈희, 하춘화….

저는 선생님 사단의 멤버였던 걸 늘 자랑스럽게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갈수록 그때가 그리워집니다.

우리 연예계에서 가장 카리스마가 있으신 분은 선생님이셨습니다.

검은 뿔테 안경 너머로 보이시던 선생님의 부드러우시고 어린아이처럼 순수해 보였던 그 모습.

정이 가득하셨던 선생님이셨습니다.

그러면서도 누구보다 강하시고, 경우가 바르셨던 사나이 중에 사나이!

그건 선생님의 멋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젠 다시 뵐 수 없는 것이 너무나 안타깝습니다.

선생님!

그 멋있는 작품 하나 하나에 새삼 경의와 감사함을 느낍니다.

1966년도 처음 곡을 주셨던 '가슴아프게'를 요즘도 많이 불러 봅니다.

저의 히트곡 대부분은 선생님께서 주신 보물 같은 곡들입니다.

오늘의 남진은 선생님이 계셨기에 존재합니다.

그런 선생님께 감사함을 모르고 살았던 점을 용서해 주십시오!

 

요즘 선생님의 작품들을 부를 때마다,

선생님의 그때 그 모습, 또 감사함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음악을 사랑했던 선생님의 마음,

음악에 바쳤던 열정과 헌신을 기념하기 위해

동료·후배들과 함께 선생님의 기념관을 마련하기로 했습니다.

선생님 이름을 딴 가요제도 열 계획입니다.

노래에 대한 사람들의 취향은 수십년을 거치며 변했지만,

대중의 감성에 곧바로 다가서는 선생님 작품의 호소력은 언제나 한결같습니다.

선생님은 가셨지만,

음악은 고스란히 세상에 남아 길이길이 선생님을 기억하게 될 것입니다.

 

선생님! 지금은 고통없고 편안하게 아름다운 하늘나라에 계실 줄 믿습니다.

저에게 주셨던 그 곡들을 전 여기서 열심히 부르다가 언젠가 선생님 곁으로 가겠습니다.

다시 한번 선생님께 감사드리면서 하늘나라에서 편히 계십시오.

선생님! 사랑합니다.

< 남진 | 박춘석기념사업회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