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통신사 “요금인하 여력 없다”
소비자단체 “수천억원 이익보면서…”
한겨레 | 입력 2011.02.09 20:40 | 수정 2011.02.09 22:00
윤증현 장관, 요금인하 압박
"기름값 비싼 게 세금이 아니라 정유사 폭리 때문이라는 것인데,
잘못된 주장이지만 정부를 상대로 반박자료를 낼 수도 없고…. 답답하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
기름값과 통신요금 인하를 노골적으로 요구하는 발언을 한 뒤
정유업계 한 관계자가 내놓은 반응이다.
정부의 주장과 논리에 불만이 많다는 얘기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가격 인하 여력을 업계가 숨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정유업계는 우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세전 휘발유값 평균이 100이라면
우리나라는 113.2로 비싼 편"이라는 윤 장관의 발언이 사실과 다르다는 반박부터 내놓았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유럽의 일반휘발유와 우리나라 고급휘발유를 비교하면 (윤 장관이 언급한) 그 수치가 나온다"며
"그러나 보통휘발유끼리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100일 때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은 101로,
우리가 싼 편"이라고 말했다.
기름값 인하 여력과 관련해서도 부정적인 분위기가 강하다.
한 정유사 관계자는 "휘발유 1ℓ당 유통비용과 마진이 80~100원 정도인데
외국인 주주 등의 반발을 감수하고 이를 포기한다고 해도 원유값이 오름세인 현 상황에서는
얼마나 소비자들이 기름값이 내렸다고 느낄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정유사 관계자는
"정유사들의 정유 부문의 영업이익률이 3%대에 불과한데 누가 폭리를 취한다는 말이냐"고 반문했다.
이동통신서비스 업체들도 강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에스케이텔레콤(SKT) 관계자는
"사업자들이 고객유치를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요금인하 경쟁을 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정부가 개입해 일률적으로 요금을 내리라고 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다.
엘지유플러스(LGU+) 관계자는
"최근 가계통신비 증가는 비싼 스마트폰 탓이 크다"며
"정부가 핵심을 잘못 짚고 있다"고 지적했다.
케이티 쪽도
"인하 여력이 없는데 자꾸 내리라고 해 곤혹스럽다"며
"정부에서 진행되는 상황을 보며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비자단체들의 주장은 다르다.
소비자시민모임이 2010년 국제 휘발유값과 국내 정유사들의 출고가격을 비교한 결과를 보면,
정유사들의 출고가격이 ℓ당 평균 38원이 더 인상됐다.
또 2, 3, 4, 9, 10, 12월에 국제 휘발유값의 인상폭보다 주유소 판매가격 인상폭이 더 큰 것으로,
5, 7, 8월에는 국제 휘발유값 인하폭보다 주유소 판매가격의 인하폭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에스케이(SK)에너지는 지난해 정유부문에서 9800억원,
지에스(GS)칼텍스가 4300억원,
에쓰(S)-오일이 41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소비자단체 쪽에서는 이동통신 업체들도 전년에 비해 크게 늘어난 지난해 실적으로 볼 때
요금인하 여력을 갖췄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에스케이텔레콤은 당기 순이익이 1조4110억원으로 2009년에 견줘 9.5% 증가했고,
케이티는 1조1719억원으로 93% 늘었다.
엘지유플러스도 5700억원으로 23.3% 증가했다.
이동통신 업체들은 이익 가운데 1조4000여억원을 주주들에게 배당하기로 했다.
이순혁 김재섭 기자 hy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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