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관

암 검진 믿을 수 있나

기산(箕山) 2009. 7. 20. 01:19

암 검진 믿을 수 있나

 

 

 

 

 

 

 

 

 

 

 

 

 

 

 

 

 

<앵커 멘트>

시청자 여러분은 암 검진 결과 어디까지 믿으십니까.

이상 없다던 판정이 어느 날 갑자기 말기 암으로 돌변하는가 하면, 암이 아닌데도

암으로 진단돼 멀쩡한 장기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는 등 암 오진 피해가 적지 않습니다.

암 오진으로 인한 피해 실태와 그 원인을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지난 해 9월 갑자기 위암 말기 판정을 받은 61살 한 모 씨,

당시, 1년도 남지 않은 시한부 삶이라는 의사의 말이 도저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위암 말기 판정을 받기 10개월 전 위 내시경 검사 등 각종 검사에서는 위에 이상이 없다는

정상 판정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녹취>한 모 씨(암 오진 피해자):

"2년 단위로 내시경만 해도 위암은 조기 발견할 수 있다는데

아니 9개월 전에 와서 아무 이상 없었다는데 위암 말기라는 게 말이 됩니까?

저는 청천벽력이죠. 말을 잘못 들은 거 아닌가.

기가 막혀 가지고 첨에는 눈물도 안 나더니만

조금 있으니까 눈물도 하염없이 흐르기 시작하더라고요."

 

한 씨는 의사가 검진에서 암을 발견하지 못해 암을 키웠다며 분통을 터뜨립니다.

 

<녹취>한 모 씨(암 오진 피해자):

"1차에 아무 이상 없다고 할 때 그때 이미 암이 안에서 자라나고 있었다는 겁니다.

그걸 의사가 놓쳤다는 거죠. 분명 의사가 놓치지 않으면 위암 말기 올 수 없는 거죠."

 

김 모 씨도 암 오진만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집니다.

김 씨의 남편은 지난 2004년 건강 검진을 받은 뒤 정상 판정을 받았지만

1년도 안 돼 다른 병원에서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아 지난 2007년 숨졌습니다.

건강 검진 당시 위암을 의심할 수 있는 병변이 있었지만

담당 의사는 발견하지 못했고 다른 추가 검사도 하지 않았습니다.

 

<녹취>김 모 씨(암 오진 피해 유족):

"(판독) 필름에 병변은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판독에 문제가 있었던 거죠.

그때 알았으면 빨리 치료를 아무래도 시작했겠죠.

시작을 빨리해서 최소한 다른 데 까지 전이되지 않았을 거고 사망까지 가진 않았겠죠."

 

이상 없다던 판정이 나중에 암으로 뒤늦게 진단되는 오진 피해 못지않게 암이 아닌데도

암으로 판정해 피해를 겪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전 모 씨의 남편은 두 달 전쯤 췌장암이라는 병원 진단에 급히 수술에 들어갔습니다.

 

<녹취>전 모 씨(암 오진 피해 유족):

"담로를 종양이 누르고 있대요. 그 종양이 암 같다고 하면서 수술을 해야 된대요.

옆에 있는 시동생이 그 암 크기 몇 기 정도 되냐 물으니 3기 정도 된대요."

 

하지만 수술 뒤 정밀 조직 검사 결과는 암이 아닌 단순 종양이었습니다.

결국 암이 아닌데도 수술까지 했지만 전 씨의 남편은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수술 뒤 혈관이 두 번이나 터지는 의료 사고까지 있었기 때문입니다.

 

<녹취>전 모 씨(암 오진 피해 유족):

"죽을 병 걸리지도 않은 사람이 왜 갑자기 죽냐고요.

오진해서 시작된 게, 수술부터 오진에서 시작됐잖아요.

그 수술했으면 잘 해서 살려놔야지 왜 이렇게 사람을 죽게 만들어요."

 

유방암이라고 진단받아 유방 일부를 절제하는 수술을 받았지만

조직 검사 뒤 암이 아닌 경우 등

암 오진으로 멀쩡한 장기가 절제되는 피해 사례도 끊이지 않습니다.

 

<녹취>이 모 씨(유방암 오진 피해자):

"황당하잖아요.

암이라고 해서 검사할 거 다하고 항암 치료도 받을 수 있는 거 검사까지 다 했는데

나중에 암이 아니라고 하니까. 병원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말해요.

종합검진 받은 셈 치라고 하는데 환자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어요.

시간이 흐르고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고 그 많은 시간을 보냈는데, 다니던 직장도 그만두고."

 

암 진단과 관련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수백 건의 상담 건수 가운데

오진 피해 구제 사례는 매년 50건이 넘습니다.

또 암 오진 피해자 대부분이 3기 이상으로 병이 깊어진 뒤에야

암 진단을 받아 조기 치료 기회를 놓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녹취>정세명(한국 소비자원 의료팀):

"암 오진 관련 피해 유형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 볼 수 있는데요.

첫 번째는 병리검사나 방사선 판독의 오판독이 있고요.

두 번째는 자각 증상이나 가족력 병력 이런 부분에 따른 추가 검사를 하지 않아서

    진단이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암 검진의 구조적인 문제점은 무엇일까?

 

서울의 한 대학병원의 병리과 조직 검사실.

자궁경부암이 있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암세포 검사를 하고 있습니다.

먼저 병리 기사들이 슬라이드 샘플들을 현미경을 통해 판독해 이상 유무를 가려내면,

병리과 의사가 암이 의심되는 샘플을 최종 판독하는 절차를 거치게 됩니다.

정확한 판독을 위해 병리 기사 한 사람당 하루에 80장 정도만 보도록 권고하고 있습니다.

 

<녹취>김민아(서울대병원 병리학과 교수):

"저희는 슬라이드 100배 시야에서 모든 세포 하나 하나 다 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보는데 세포가 수백 개 수천 개 되기 때문에 그거 보는데 최소 5분 정도의

시간이 걸리고 어려운 케이스는 10분. 20분씩 걸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전체의 자궁경부암 검사 진단 실태는 어떨까?

 

우리나라 병원 천여 곳과 의원 만여 곳 가운데 병리과 전문의가 있는 곳은 200군데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병원과 의원들은 병리 검사 전문 기관에 위탁하는 실정입니다.

이러다 보니 병리검사 전문기관의 검사 건수가 크게 늘어 한사람 당 4만 건을 검사하는 곳이 3군데,

2만 건 이상 검사하는 곳도 7군데나 됩니다.

한 사람당 검사 건수가 대형 종합병원보다 8배 정도 많습니다.

판독하는 양이 너무 많아지면 오진 확률은 그만큼 높아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입니다.

 

<녹취>서정욱(서울대병원 병리학과 교수):

"병리검사라는 건 슬라이드 한 장 한 장을 꼼꼼히 자세히 사람이 보아야 합니다.

그런데 판단하는데 시간을 갖지 못하고 꼼꼼하게 보지 못하고 그러면 유리 슬라이드 위에

환자의 암세포가 있는 데에도 그 암세포를 보지 못하고 지나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전문 검사 기관에 위탁하면서 턱없이 싼 가격에 맡기는 병의원들의 가격 덤핑도 문제입니다.

병의원들은 환자들로부터 검사 명목으로 2~3만원을 받고서 병리 검사 전문기관에는

6천 원 정도에 넘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렇다 보니 병리 기관은 인력을 더 확보하지 못한 채 검사 건수만 늘어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습니다.

 

<녹취>병리 검사 전문기관 관계자:

"병리 전문의 없이 하는데도 많습니다.

진단 검사 전문의 없이도 검사 센터 하는 데 있어요.

검사실도 없고요.

내과 검사실도요.

진단 전문의가 있어야 사인이 나가는데 검사실에 전문의 안 놓고 그냥 사인이 나가요.

(원래 규정에는 있어야 되는 거 아닙니까?) 의료법에는 다 있어야죠.

그런 데가 더 심각하죠."

 

<녹취>이애주(의원, 국회 보건복지가족위원회):

"문제는 (병리 검사)대형 수탁기관에서 받아서 했을 때

(병리 검사가)잘못되는 퍼센트가 높으면

이걸 제한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있어야 되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서 대형(전문 검사)기관이 수탁을 받아서 또 다른 데다 주고 또 다른 데다 주고

마치 건설하청 계속주는 것처럼 하기 때문에 계속 가격은 낮아지고

끝에는 더 부실한 그런 검진이 되지 않나 싶습니다."

 

판독상의 오류와 함께 오래된 진단 장비도 정확도를 떨어뜨려

암 오진률을 높이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또 조직 검사를 하기 위해 암이 의심되는 부위의 조직을 떼 낼 때 자칫하면

오진이 나올 가능성이 큽니다.

 

<녹취>00병원 병리학과 교수:

"조직 검사를 하는 사람이 암을 제대로 집어야 되는데

암을 제대로 집지 못하고 옆을 집었다고 해 봐요. 그러면 암으로 진단될 수 없잖아요.

내시경이라는 건 그냥 눈 깜짝할 사이에 암을 콕 집듯이 집어야 되거든요.

그런데 그게 타게팅(목표물 잡기)이 제대로 돼서 암 조직을 떼어내면 진단이 암으로 나오지만

그 옆에 조직을 떼고 정상 조직을 떼면 암이 아니라고 나오죠."

 

특히 대학병원 급의 경우 건강검진의 각종 암 판독을 전문의들이 아닌 레지던트 등

수련의들이 판독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녹취>00병원 병리학과 교수:

"암으로 진단이 됐어야 하는데

이 의사가 실력이 없어서 암이 아닌 거로 진단하는 경우가 있죠.

그게 문제가 되는 거죠.

그래서 미국 암 학회도 그렇고 저희도 그렇고 암으로 진단을 받으면

반드시 꼭 다른 병원에 가 보라고 하죠."

 

암 진단과 오진 등을 둘러싼 분쟁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56살 김 모 씨는 지난 달 직장암이라는 병원의 진단에 직장 10여 센티미티를 잘라내는

수술을 받았습니다.

기저귀를 차고 다닐 만큼 수술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김 씨는 수술 전 조직 검사결과 암이 아니었는데도 병원 측이 이 결과를 보여주지 않은 채

진행성 암으로 확진해 수술을 했다며 아직도 분을 삭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녹취>김 모 씨(암 오진 분쟁 당사자):

"직장암 2.3기인데, 그림을 그려가며 설명을 하더라고요.

100% 암이라는 거 굉장히 강조를 했었어요.

임상학적으로 보니까 이거 조직검사 하나마나다 괜히 시간만 연장하면 항문이 막히고

창자에서 전이가 돼서 큰 일이 더 벌어진다 하길래 수술하기로 했어요."

 

하지만 수술 뒤 2차 조직검사에서도 암 세포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단지, 암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고이형성 선종이라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병원 측은 고이형성 선종은 암에 준하는 수술이 필요한 만큼 오진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직장을 잘라내는 수술만이 유일한 방법이었다는 주장입니다.

 

<녹취>해당 병원 의사:

"우리가 육안적 소견으로 대장암으로 확신을 가지면 그러면 저희가 수술을 강행합니다.

만약에 조직 검사에만 의존해서 수술을 안 하면 만약에 암이면 그러면 그게 나중에

수술 시기를 놓치면 위험 상황이 될 수도 있고..."

 

김 씨는 진행성 암이 아니었다면 당장 수술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병원 측을 상대로 소송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녹취>김 모 씨(암 오진 분쟁 당사자):

"이래서 완전히 가정적으로 아무 일을 할 수가 없어요. 일상생활을 못해요.

미리 설명을 해 줬으면 저희들이 다른 조처를 취하고 난 다음에 수술에 임하던가.

서로 상의가 됐으면 그러면 앞으로 3개월이나 6개월 1년 후에 이 상태를 봐 가면서

충분히 수술을 할 수 있는 상황인데 그런 설명 없이 수술을 해 버려서 가정이 망가져 버렸습니다."

 

암 오진을 둘러싼 분쟁의 경우 환자 측이 소송을 해 이기더라도

대부분의 위자료는 많아야 천만 원 정도에 불과합니다.

따라서 소송비용 등을 빼면 환자 측에 돌아가는 이익이 거의 없어

소송을 포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병원 측도 오진을 한 의료진에 대해 관대한 입장이어서 책임을 묻지 않는 게 대부분입니다.

 

<녹취>강태언(의료소비자시민연대 사무총장):

"형사적으론 오진에 따르는 처벌 받기 현실적으로 어렵고 민사적인 배상도 경미하다 보니까

의료진이 그에 대한 부담감이 사실 없다는 거죠.

오히려 그런 구조가 면책을 주는 형태로 가다 보니까 피해자는 보상받기 어렵고

반면에 의료인들은 암 오진에 따르는 경각심이 실질적으로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사망 원인 1위인 암으로 숨지는 사람은 1년에 6만7천여 명.

이 가운데 적지 않은 사람이 어쩌면 의사의 오진으로 적절한 치료 기회를 놓쳤는지도 모릅니다.


[사회] 송창언 기자
입력시간 : 2009.07.19 (22: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