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납토성 복원’ 토지보상만 500년 걸릴판
한겨레 | 기사입력 2008.07.07 22:31
성난 주민들 "복원약속 8년째 지지부진"
#1
2000년 5월 16일, 당시 김대중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풍납토성 지역이 백제 위례성터라면 역사적으로 대단히 가치 있는 것"이라며
"문화재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다면 돈이 얼마가 들더라도 보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날 오후 서정배 당시 문화재청장은 기자 회견을 열고
"문화재 발굴현장이 보존대상으로 결정되면 토지매입과 주민보상 비용을 정부가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1925년 을축년 대홍수 뒤에 거의 방치되다시피 했던
백제 풍납토성의 복원에 대해 당시 정부는 이례적으로 강력한 의지를 표현했다.
#2
8년이 흐른 7일,
서울 풍납동 주민 40여명은 서울시청 서소문 별관 앞에 모였다.
상복을 입은 채 기자회견에서 마이크를 든 이들은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8년이 넘도록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며
"개발은 묶여있고, 보상은 지지부진해 주민들의 재산권이 침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 조속한 주민 보상과 이주 대책 마련
△ 풍납토성 발굴과 보존·활용에 대한 장·단기 계획 마련
등을 요구했다.
정부가 한때 야심차게 추진했던 풍납토성 복원 사업이 허공에 떠버렸다.
주민들의 집이나 땅은 문화재 보존을 위해 묶여 있지만,
서울시와 문화재청은 8~10조원으로 추산되는 토지 매입 비용을 놓고
주민 보상에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2000년 당시 이 사업에 의욕을 보였던
박지원 문화부 장관이 그만두면서누구도 이 거대한 사업을 책임지지 않고 있다.
시비와 국비로 해마다 약 200억원의 예산이 풍납토성 지역의 주민 보상에 투입되지만,
이런 속도면 풍납토성 복원에는 400~500년 가량이 걸린다.
이런 기간은 백제가 위례성(한성)에 머물렀던 기간인 493년에 맞먹는다.
지역 주민들의 모임인 이기영 풍납동문화재 대책위원장은
"공동주택 건축이나 재건축 등 개발이 제한된 풍납1·2동 지역은 계속 낙후되고 있다"며
"정부와 서울시, 문화재청은 이 문제를 수수방관하지 말고 조속히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의 관계자는
"사업 예산 자체가 워낙 거대하다 보니 뾰족한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화재청의 담당자는
"서울시와 전문가 등이 지난해 말부터 태스크 포스를 꾸려서 장기 대책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희권 국립문화재연구소 학예관은
"문화재청 1년 예산이 4천억원 가량인데,
이 예산을 20년 넘게 풍납토성에만 쏟아부어야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며
"중앙정부가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기태 기자 kk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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