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관

'개발 5적' 집값 거품먹고 산다

기산(箕山) 2006. 11. 26. 18:28

                                                                                     2006년 11월 26일 (일) 16:57   경향신문

 

[진보개혁의 위기] ‘개발 5적’ 집값 거품 먹고 산다


호주의 동북아 전문가 개번 매코맥은 1996년 현대 일본을 ‘토건국가’로 정의했다. 일본 정부가 경제성장 명목으로 대형 건설사업을 하고, 여기서 생기는 눈먼 돈을 관료, 지방토호, 토건업체들이 나눠먹으며 개발에 필요한 여론을 조성하고 자본을 동원하는 구조를 말한다. 최근 이 개념이 한국에도 적용되고 있다. 많은 전문가들은 한국에 대해 일본을 능가하는 토건국가로 간주한다. 참여정부 역시 신도시 건설, 혁신도시, 기업도시, 행정도시, 경제자유구역 등 박정희식 개발에 못지않은 건축·토목 공사를 경제정책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 그 근거이다. 군사정권의 개발이 국가 주도였다면, 민주정부들의 개발은 신자유주의에 근거한 신개발주의라는 분석도 있다.



김헌동
경실련 아파트값거품빼기 운동본부장도 저서 ‘대한민국은 부동산 공화국이다?’에서 부동산 문제는 ‘개발 5적’이 이끄는 토건국가이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토건국가에서는 집값 하락을 원하지 않는 강한 기득권 구조가 있는데 ‘개발 5적’이란 것이다.

“집값이 폭등해 국민들이 아우성을 쳐도 건설업체의 폭리구조가 바뀌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어요. 국민보다는 업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재정경제부와 건설교통부의 관료, 건설업계의 검은 돈을 챙기고 지역개발 사업에 개입하는 정치인, 독자의 알 권리보다는 부동산 광고매출에 의존하는 언론, 정부와 업계로부터 각종 용역을 받는 연구집단이 단단한 이익구조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실제 정부는 집값 상승이 공급 부족 때문이라면서 수천만평의 땅을 아파트 공사장으로 바꾼다. 건설업계 연구기관과 많은 대학 교수들은 집값에 거품이 끼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면서 강남 수요를 만족시킬 만한 고급 주거단지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언론은 이를 받아 정부 규제가 오히려 집값 상승을 부추긴다면서 투기수요를 잡기 위한 세제 및 규제의 완화를 요구한다. 정치권은 이를 근거로 정책 방향을 바꾸라고 정부를 압박한다.

청와대도 상당 부분 이런 개발동맹이 집값을 부추긴다는 점을 인정한다. ‘
청와대 브리핑’이 부동산 정책의 실패를 일부 건설업체·금융기관·부동산중개업자·부동산 언론 등 정부정책에 대항하는 ‘세력’ 때문이라고 강조한 것이 좋은 예이다. 다만 정부 자신이 가장 핵심적인 부동산 세력이란 점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사실 관료와 기업간의 유착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다.

건설 관련 협회의 한 간부는 “아무리 ‘낙하산 시비’가 붙어도 대부분 관료들이 퇴직 이후 협회나 산하 기관의 자리를 차지하는 것은 관료조직의 숨통을 열어두려는 정부, 이들의 인맥과 영향력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업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건교부의 경우 최재덕 전 차관은 건설협회 산하 건설산업연구원장이 됐고, 최종수 전 부산지방국도관리청장은 건설협회 부회장, 김일중 전 차관보는 전문건설협회 이사장, 박성표 기획관리실장은 주택보증 사장이 됐다.

홍종학
경원대 교수는 “공급 확대책을 내세운 정부의 11·15대책은 건설업체의 논리를 대변하는 건설산업연구원이 한달전에 펴낸 ‘민간아파트 분양원가 공개의 타당성 검토 및 분양가 인하를 위한 정책대안’이란 보고서의 핵심 내용을 그대로 옮겨놓고 있다”면서 “정책이 민간의 이익에 따라 입안되고 있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박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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