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을 3D프린터에 넣으면 총이 나와?.. 흥미진진 '쌀의 세계'
윤희일 선임기자 입력 2020.08.18. 18:56 수정 2020.08.18. 19:04
[경향신문]
18일은 ‘쌀의 날’이다.
한자 ‘쌀 미(米)’를 풀어쓰면 ‘八(8)’, ‘十(10)’, ‘八(8)’이 되는 것을 이용해
농림축산식품부가 만들었다.
농식품부는 쌀의 가치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쌀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2015년 처음으로 쌀의 날을 제정했다.
여기에는 ‘여든여덟 번 농부의 손길을 거쳐야만 쌀이 된다’는 옛 말의 뜻도 담겨 있다.
우리 국민에게 있어서 쌀은 곧 밥이다. 가장 중요한 식량이라는 얘기다.
우리 국민의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9.2㎏으로 밀의 연간 소비량(33.0㎏)에 비해
배 가까이 많다.
그렇다면, 쌀은 밥을 해먹는데만 이용할까.
그렇지 않다. 국내에서 재배되고 있는 쌀 중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다양한 쌀이 있다. 그리고 쌀의 변신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우리 쌀 점토로 만든 태극기. 농촌진흥청 제공
■ 3D프린팅에도 이용할 수 있는‘공작용 쌀’
농진청이 2017년 개발한 쌀 품종인 ‘신길’은 물로 불리지 않고도 쌀가루를 만들 수 있다.
이 품종으로 만든 쌀가루는 물로 반죽할 경우 끈적임이 적어 점토 대용으로 쓰기에 좋다.
색소로 색을 낸 쌀점토로는 다양한 공작물을 만들 수 있다.
앞으로 쌀점토는 무공해 3D프린팅의 성형소재는 물론 건축재·식기재료 등으로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3D프린팅에 쓰는 성형소재를 쌀점토로 바꿀 경우 총이나 인형 등 어린이 장남감도 만들 수 있다.
쌀을 이용하면 무공해 완구까지 제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 가루에는 ‘가루미’, ‘가루미2’
‘가루미’와 ‘가루미2’는 가루를 만들어쓰기에 좋은 쌀 품종이다.
쌀을 빵이나 떡의 원료로 쓰려면 먼저 가루로 만들어야만 하는데,
단단한 멥쌀은 물에 불리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밀보다 쌀을 가루로 만들 때 2배 이상의 비용이 드는 이유다.
‘가루미’와 ‘가루미2’는 ‘신길’처럼 기존 멥쌀과 달리 밀처럼 바로 빻아
가루를 만들 수 있는 품종이다.
쌀을 불리지 않은 상태로도 빻아서 사용할 수 있는, 쌀가루 전용 품종이라는 얘기다.
‘가루미’ 쌀은 소규모 업체의 제분기로도 쉽게 빻을 수도 있다.
가루미 쌀가루로 만든 빵의 맛과 식감은 기존에 유통되던 쌀가루보다
더 좋거나 비슷하다는 평가가 나온 바 있다.
‘가루미2’는 빵, 맥주, 면 등 다양한 쌀 가공식품을 만드는 데 활용된다.
‘가루미2’를 원료로 제조한 수제 쌀 맥주도 호평을 받고 있다.
■ 초밥에 좋은 쌀, 돌솥밥에 좋은 쌀
요리별로 가장 좋은 밥맛을 내는 쌀 품종이 있다.
초밥용으로는 ‘예찬’이, 돌솥밥용으로는 ‘영호진미’가 가장 좋다.
유명 요리사와 요리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평가단의
초밥용 쌀 및 돌솥밥용 쌀 적합품종 선호도 평가에서
‘예찬’은 일본 품종인 ‘고시히카리’를 제치고 가장 높은 점수를 얻었다.
‘예찬’은 초밥을 만들 때 밥알에 탄력이 있으면서 밥알 크기가 적당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찰기도 적당해서 밥알이 쉽게 허물어지지 않으면서,
생선회와 어우러지는 맛이 좋다는 평가도 받았다.
돌솥밥용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영호진미’는 밥을 했을 때 윤기가 많고,
밥알이 제 모양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밥 고유의 구수한 향과 단맛도 우수했다.
또 밥이 식어도 찰지고 부드러운 질감이 유지되는 것으로 평가됐다.
■ 편의점 도시락이나 가공 밥에 좋은 쌀
편의점 도시락이나 가공 밥과 같은 가정간편식에 적합한 품종으로 ‘미호’가 있다.
편의점 도시락이나 냉동밥을 먹기 위해서는 밥을 데우거나 해동을 해야 하는데
이 경우 일반 쌀밥은 밥알이 부스러지지만 ‘미호’로 지은 밥은 밥알의 경도(단단한 정도)를
잘 유지한다. 쌀밥의 형태를 잘 유지한다는 예기다.
‘미호’는 일반 쌀과 찹쌀의 중간 정도의 찰기를 유지하기 때문에 밥이 식어도 딱딱해지지 않는다.
농진청 관계자는
“가공밥은 냉장(3℃) 또는 냉동(-18℃) 조건에서 보관한 후에도 밥알의 형태와 성질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 비만과 당뇨를 예방하는 기능성 쌀
기능성 쌀인 ‘도담쌀’을 먹으면 비만과 당뇨를 예방할 수 있다.
국립식량과학원이 2013년 개발한 기능성 쌀 품종인 도담쌀은
저항전분의 함량이 일반 쌀에 비해 10배 이상 높다.
저항전분은 소화효소에 의해 소장에서 분해되지 않고,
대장 미생물에 의해 발효되는 건강소재로 지방을 흡착·배출하고
염증을 완화하는 기능을 한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도담쌀을 섭취하면 지방이 감소하고, 장내 유익균이 증가한다.
도담쌀로 만든 선식을 섭취하는 경우 당뇨예방과 혈당조절 개선 효과가 나타난다.
‘하이아미’와 ‘눈큰흑찰’은 임산부나 영유아에게 좋은 쌀이다.
이 쌀은 임산부나 영유아에 좋은 영양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
‘하이아미’는 필수 아미노산(건강 유지에 꼭 필요한 아미노산)이
일반 쌀에 비해 30% 이상 많이 포함돼 있다.
어린이의 성장과 발육을 돕는 히스티딘, 메치오닌, 라이신 등의 함량도 높다.
‘눈큰흑찰’은 일반 쌀에 비해 쌀눈이 3배 이상 크다.
GABA(뇌 세포를 구성하는 성분으로 집중력과 기억력을 향상시키고,
고혈압 예방에 효과가 있는 물질)와 비타민 E 등의 성분이 풍부하다.
이밖에 사막에서 자라는 쌀인 ‘아세미’도 관심을 끄는 품종이다.
‘아세미’는 2018년 3월, 한-UAE(아랍에미리트) 정상회담에서 논의된
‘사막 벼 재배 프로젝트’를 통해 지난 4월 수확에 성공한 품종이다.
우리나라가 사막에서 파종한 뒤 수확까지의 재배 전 과정을 실증하고
체계화한 품종이다.
벼 재배 가능 지역을 사막지대로까지 확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윤희일 선임기자 yhi@kyunghyang.com
'지식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만약 '거리 두기 3단계' 격상하면 뭐가 달라지나요? (0) | 2020.08.22 |
---|---|
"완치자 아닌 생존자".. 퇴원 후에도 후유증은 계속 (0) | 2020.08.20 |
제방 무너질 때까지 몰랐다.. 계측장치 없는 저수지들 (0) | 2020.08.15 |
2020 홍수의 결론... (0) | 2020.08.14 |
산사태 예방 효과 큰 '사방댐'.. 예산 해마다 줄어든다 (0) | 2020.08.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