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관

지진해일 8년, 방풍림 대신 거대 장벽.. 도호쿠를 가다

기산(箕山) 2019. 3. 12. 06:33

https://news.v.daum.net/v/20190311215438125?d=y


[르포]

지진해일 8년, 방풍림 대신 거대 장벽.. 도호쿠를 가다


                                                                                             이승철 입력 2019.03.11. 21:54 수정 2019.03.11. 22:02




[앵커]


2만 명이 넘는 희생자가 나왔던 동일본 대지진, 기억하시나요.


오늘(11일)로 꼭 8년째가 됐는데,

피해 이후 일본 동북지역의 해안가 모습은 어떻게 변했을까요?


이승철 특파원이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리포트]


규모 9의 강력한 지진이 난 지 몇십 분 뒤 지진해일이 해변을

덮쳐왔습니다.


예상치 못한 거대한 파도는 순식간에 모든 걸 쓸어버렸습니다.

당시 극심한 피해가 났던 이와테 현 오후나토 시 해변.


바다로부터의 어떤 침입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

해안가에 거대한 장벽이 들어섰습니다.


이 장벽 건너편이 바로 마을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바닷가 쪽은 장벽으로 완전히 막혀 있습니다.


[타바타/오후나토 시 주민 :

"걱정하지 않아도 되고, 이제 좀 안심이 되죠."]


지진해일로

시 전체 인구의 10%인 1,800여 명이 숨진 리쿠젠다카다 시.


해변에서 좀 떨어진 곳에 있는 이 5층 아파트에는 맨 꼭대기 층,

14.5m까지 물이 차올랐다는 표식이 남아 있습니다.


베란다에는 아직도 당시 밀려나온 냉장고가 걸려 있습니다.


["3층 건물 학교 옥상 위까지 지진해일이 덮쳤어요."]


8년이 지났지만

주민들은 그날의 악몽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노시타/리쿠젠다카다 시 주민 :

"다 떠내려가고 아무것도 남지 않았어요.

뭐 조그만 기척에도 눈이 떠지고..."]


막대한 피해를 봤던 그해 가을, 바로 거대한 방조제 건설이

결정됐습니다.


제 뒤로 소나무가 서 있습니다.

이 근처는 예전에 울창한 소나무 방품림이었지만,

지금은 방조제로 바뀌어 버렸습니다.


소나무 7만 그루가 있던 해안가엔 울창했던 방풍림 대신

최고 높이 15m의 거대 장벽이 세워지고 있습니다.


["건물 5층 높이죠. 공사는 2021년까지..."]


이와테 현을 포함한 일본 동북 지역 해안 295km에 장벽이

올라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동서로 가로지르는 휴전선보다도 더 긴 '해안 장벽'이

들어서는 겁니다.


건설기간 5년, 건설비만 13조 5천억 원에 이릅니다.


[나카무라/리쿠젠다카다 시 방재대책감 :

"실은 지금 방조제(해안 장벽)로도 완전히는 막을 수 없어요.

100~120년 정도에 한 번, 그러니까 일생 한 번 경험할 정도의

지진해일은 어느 정도(막을 수 있죠)."]


하지만 해변을 모두 장벽으로 막아버린 탓에

바닷가지만 바다가 분리된 낯선 풍경이 만들어졌습니다.


[니누마/현지 어부 :

"마을 쪽에서 바다가 전혀 안 보이니까, 아무래도 좀 불안하네요."]


특히 주민들과의 충분한 논의 없이, 환경도 고려하지 않고

서둘러 방조제를 올리다 보니 거대 구조물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곤노/해안장벽 반대 측 주민 :

"다른 선택지도 있는 거잖아요?

더 높은 곳으로 마을을 옮긴다든지, 그럼 비용도 그리 들지 않아요.

그러면서 경관을 보호할 수 있고..."]


100년 뒤 혹은 500년 뒤, 해안 장벽은 어떻게 평가될지,

자연의 힘을 막으려는 인간의 노력이 이젠 땅과 바다를 갈라놓고

있습니다.



이와테에서 KBS 뉴스 이승철입니다.

이승철 기자 (neost@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