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찌르르르르르~"
더 시끄럽고 밤낮도 없고.. 매미도 강남 스타일?
참매미보다 요란한 말매미 28~29도 넘을 때 울어
열섬 심한 도심에 많고 열대야 땐 울음 안 멈춰
경향신문 김기범 기자
입력
2013.07.30 22:40 수정 2013.07.31 00:11
무더위와 열대야가 찾아오면서 매미 울음소리가 도시를 울리고 있다.
불면의 고통이 유독 큰 지역으로는 서울 강남과 잠실이 꼽힌다.
7~8월에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는 매미들이 밤새 울어대면서 잠을 못이루겠다는 민원 전화가 느는 곳이다.
여름밤을 괴롭게 만드는 것은 매미 중에도 말매미다.
말매미는 "찌르르르르"하고 끊어짐 없이 긴 울음소리를 낸다.
"맴~맴~맴~"하며 리듬감 있게 우는 참매미와는 달라 계속 들어도 귀에 익숙해지지 않고, 신경이 곤두서게 된다.
강남과 잠실에는 왜 말매미의 소음이 더 많을까.
그 답을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장이권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찾았다.
말매미는 일정 온도가 웃돌면 밤새도록 울음소리가 그치지 않는 것을 확인한 것이다.
말매미가 무더위에 민감하고, 도시의 열섬현상이 심한 곳일수록 심야에도 매미 소음이 크다는 뜻이다.
지난해 8월 초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아파트단지 내 나무에 말매미들이 잔뜩 앉아 있다.
| 이화여대 장이권 교수 연구실 제공
연구진은 지난해 8월 초
잠실의 아파트단지, 이화여대 교정, 과천 주거지역 인근 숲, 경기도 양평의 숲에서 시간별로
기온과 매미 울음소리의 상관관계를 비교·분석했다.
실제 온도 변화에 따라 말매미의 울음소리는 다르게 관측됐다.
매미 울음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 상태를 0, 울음소리가 절정에 달한 상태를 6으로 산정해
6단계로 비교한 결과 말매미는 기온이 28~29도가 됐을 때 울기 시작했다.
이 온도보다 기온이 떨어지면 울음을 멈췄다.
장 교수는
"말매미는 마치 체내에 온도계가 있는 것처럼 신기할 정도로 같은 온도에 울기 시작하고 울음을 멈췄다"면서
"하루종일 기온이 28~29도 이상 유지된 날에는 말매미도 24시간 울음을 멈추지 않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잠실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매미 울음소리를 측정한 결과를 보면
지난해 8월1일 자정에 28.8도일 때 6까지 올라갔던 매미 울음소리는
기온이 27.58도로 떨어진 새벽 2시에 전혀 들리지 않았다.
반대로 새벽부터 아침까지 기온이 28도가량을 유지한 5일에는 매미 울음소리가
거의 하루종일 6을 기록했다.
오후 6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열대야 중에서도
28도가 넘는 시간에 매미 소음이 심해진다는 뜻이다.
지난해 8월 초 밤 기온이 25~26도 정도로 떨어진 경기도 양평에서는
새벽부터 아침까지 말매미 울음소리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
말매미와 달리 참매미는 온도에 상관없이 하루종일 울음소리를 내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면 정겨운 울음소리를 내는 참매미는 다 사라지거나 줄어들고,
귀를 찌르는 듯한 소리를 내는 말매미만 남아있는 것일까.
연구진이 확인한 것은 말매미가 참매미보다 수가 많아서라기보다
말매미가 더 시끄럽고 큰 소리를 내기 때문이었다.
연구진은 매미의 종별 밀도를 파악하기 위해 지난해 7월 말
4개 조사지역에서 매미가 탈피하고 남은 허물을 채집해서 셌다.
최대한 전수조사에 가깝게 개체 수를 파악한 것이다.
매미 허물을 수거한 결과 도심·농촌할 것 없이 한국의 매미 중에
우점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은 여전히 참매미였다.
매미의 밀도는 지방보다 도심지역이 훨씬 더 높았다.
서울 강남지역의 ㎢당 매미 밀도는
종별로 말매미 1만9000마리, 참매미 4만2000마리, 기타 1500마리였다.
과천지역에서는
말매미 1만7000마리, 참매미 6만9000마리, 유지매미 2만2000마리, 기타 2000마리의 허물이 확인됐다.
경기 양평에서는 비율은 비슷했지만 매미 밀도는 1만마리가 채 되지 않았다.
장 교수는
"모든 매미 종을 통틀어 서울과 과천 등 수도권 도시에 서식하는 매미의 밀도가
경기도의 교외 지역보다 8.2~13.7배 높게 나타났다"며
"특히 말매미의 밀도는 수도권의 도심이 경기도 교외 지역보다 12~16.5배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강남의 ㅇ아파트 단지에서는 나무 한 그루에서 말매미 허물이 200개 이상 발견되기도 했다"며
"밤에도 열이 식지 않아 기온이 28~29도를 넘어서는 강남·송파의 아파트 단지는
매미 서식환경으로서 최적 지역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아직 연구를 더 진행해야 하는 부분이기는 하지만 말매미가 워낙 시끄럽게 울다보니
말매미가 우는 시간대에는 참매미의 울음소리가 상대적으로 약해지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국립환경과학원이 2010년 실시한 매미 소음도 측정 결과
말매미의 소음 평균치는 75㏈(데시벨)로 67.1㏈인 쓰름매미와 65.2㏈인 참매미가 내는 울음소리보다
훨씬 시끄러웠다.
장 교수는
"많은 이들에게 정감있게 들리던 매미 울음소리가 귀에 거슬리는 소리로 바뀐 것을
1990년대 중반 정도부터로 기억한다"며
"지방의 말매미 밀도가 정상을 유지했다고 생각한다면
이때쯤부터 도심에서 말매미 밀도가 높아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연구 이전에는 매미의 밀도 연구가 전혀 없었기 때문에 현재와 1990년대의 말매미·참매미의
개체 수를 비교할 수 없는 점이 아쉽다"고 덧붙였다.
말매미(왼쪽)·참매미
연구진은 지방보다 도심에 서식하는 매미의 밀도가 높은 이유를 세 갈래로 분석하고 있다.
우선 도심의 온도·습도·빛 등이 지방보다 매미의 서식에 적합하다는 것이다.
매미의 포식자인 조류가 도심에서 감소한 것도 매미 개체 수가 크게 늘어난 이유 중 하나이다.
마지막으로는 도심에 조성된 숲이나 가로수에 매미가 좋아하는 플라타너스, 벚나무 등이 많아졌다는 것을 꼽는다.
말매미의 밀도가 지방 도시나 농촌에 비해 서울에서 더 높아지는 것은 열섬 현상 등으로 풀이된다.
도심지역의 온도가 지방보다 더 높아 말매미가 서식하기 더 좋은 환경이라는 것이다.
연구진이 조사한 결과 말매미는 지난해 6월 중순부터 수도권에 출현하기 시작했으나
남부지방에서는 7월 초가 되어도 말매미 울음소리가 확인되지 않았다.
6월 말쯤부터 수도권 특히 강남·송파 지역에서는 말매미가 시끄럽게 우는 소리를 쉽게 접할 수 있었던 것이다.
참매미 역시 7월 둘째주부터 서울에서 처음 확인됐으며 셋째주에는 수도권에서, 넷째주가 되어서야 전국으로 확대됐다.
기온이 떨어지고 열대야가 없는 계절이 될 때까지 말매미의 소음으로부터 벗어날 길은 없는 것일까.
말매미가 해충이 아니기 때문에 방제 작업을 할 수는 없다.
현재로선 말매미의 소음으로부터 벗어나는 길은 주택에 방음창을 설치하거나
도심 조명에 변화를 주는 방법밖에 없다고 한다.
실제로 매미가 밝은 곳에서 많이 우는 원리를 이용해 빛을 차단하는 방법으로 소음을 줄인 사례도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이우석 생활환경연구과장은
"경기도 고양시의 한 아파트단지에서는 최근 매미 울음소리를 견디다 못해 밤이 되면 전체 단지에
등화관제를 실시했다"며 "아파트단지의 보안등을 모두 소등한 결과 매미 소음이 상당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매미 소음도에 대한 최근 조사는
2010년 8월 말부터 9월 초 사이에 국립환경과학원이 부산·인천·광주 등에서 실시했다.
환경과학원이 도심 주거지역 16곳의 주·야간 매미 소음도를 측정한 결과
야간 72.7㏈(데시벨), 주간 77.8㏈로 나왔다.
주거지역의 소음 기준치인 야간 55㏈, 주간 65㏈을 크게 넘어선 것이다.
인근 도로변 자동차의 주행소음 평균치(67.9㏈)보다도 매미 소음이 더 컸다.
60㏈은 일반인 2명이 1m 떨어져 대화를 할 수 있는 소음 정도를 나타낸다.
밤에도 70㏈을 넘는 매미 소음이 얼마나 큰 것인지 보여준다.
매미는
땅속에서 유충 상태로 5~7년을 지내고 성충이 돼 땅 위로 올라와 한달간 짧은 생을 보낸다.
수컷은 암컷과의 짝짓기 직후 죽고, 암컷은 알을 낳고 생을 마감한다.
6월에서 7월 사이 지상에 올라온 매미가 한달간 쉬지 않고 우는 것은
종족 보존을 위한 구애행위를 하기 위해서다.
통상 28도 이상에서 울기 시작하는 것은 그 기온에서 구애가 활발해진다는 뜻이다.
수컷 매미는 울음소리를 내서 암컷을 유혹한다.
몸통 안쪽에 있는 발음근이 옆구리의 발음막을 진동시키면 비어있는 매미의 배가 공명실 역할을 해
소리를 증폭시킨다.
등판과 배판의 미묘한 움직임에 따라 종마다 소리가 달라진다.
<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
-------------------------------------------------------------------------------------------------------------------
도시열섬화가 지구를 달군다 | ||
---|---|---|
|
'지식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기차 이어 비행기..'제2 스티브 잡스' (0) | 2013.08.16 |
---|---|
소신을 지킬까.. 그래도 대세를.. 우리 뇌는 '눈치 9단' (0) | 2013.08.12 |
킬러 로봇 논란 가열… (0) | 2013.05.03 |
지구 주위 ‘우주 쓰레기’ 치우는 ‘자살 위성’ 개발 (0) | 2013.05.02 |
"한반도 지각판 '남한판' 발견…대지진 가능성" (0) | 2013.04.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