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빛 파도 붉게 물들면 떠나요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로
초겨울까지 억새물결 아름다운 새별오름
성산일출봉·우도 한눈에 들어오는 일출 절경
다랑쉬, 지미봉, 산굼부리…오를수록 빠져드는 제주 오름
세계일보 입력 2012.11.15 21:39
제주도를 우리 땅의 특별한 여행지로 만드는 것 중 하나가 오름이다.
오름은 한라산이 폭발할 때 마그마가 이동하며 그 부근에 생겨난 작은 기생화산.
규모는 작지만 모두 과거에 폭발한 적이 있는 화산이어서 한라산 백록담처럼 분화구를 지니고 있다.
둥글게 파인 이 분화구를 제주어로 '굼부리'라고 한다.
한라산을 중심으로 제주도 전역에 흩어져 있는 오름은 모두 368개.
한 섬에 있는 기생화산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다고 한다.
제주를 여행하며 도로를 달리다 주변에 봉긋 솟아 오른 동산이 보인다면 오름이라고 보면 된다.
제주 오름은 저마다 독특한 풍광을 지니고 있다.
더구나 하나의 오름이 봄 여름 가을 겨울에 빚어내는 정취도 제각각이다.
늦가을이면 이 오름에서 억새의 화려한 향연이 펼쳐진다.
가을부터 초겨울까지 제주 곳곳이 억새의 은빛 물결로 출렁이지만,
오름 위의 억새는 뛰어난 주변 풍광까지 어우러져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
해질녘 멀리 제주 서쪽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새별오름에 오르면 석양이 스며든 억새가
황금빛으로 물드는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제주의 오름 중 최근 억새 명소로 가장 주목받는 곳은 새별오름(519.3m)이다.
한라산 서쪽 자락인 제주시 애월읍 봉성리에 있는 새별오름은
늦가을에는 넘실대는 은빛 억새로, 정월대보름에는 들불축제로 여행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정상에 서면 멀리 비양도까지 제주 서쪽 바다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새별오름은 석양 명소이기도 하다.
해질 무렵 새별오름에 올랐다. 새별오름은 온통 억새로 뒤덮여 있다.
정상의 능선은 물론 산비탈에도 어른 키 높이의 억새 밭이 펼쳐져 있다.
비탈길은 제법 가팔라 금세 숨이 거칠어진다.
쉬엄쉬엄 아래 경치를 감상하며 오르자 20여분 만에 정상에 닿는다.
제주 서쪽 바다에 해넘이가 시작되자 하늘은 붉게 물들고, 석양이 깃든 억새는 황금빛으로 변하는 게 아닌가.
해질녘 금빛 파도가 치는 억새밭은 잊지 못할 장관이다.
해가 바다밑으로 완전히 잠겨 새별오름에서 내려오자 근처의 작은 목장이 눈에 들어온다.
해의 기운이 조금 남아 보랏빛 하늘이 펼쳐지는 초지에서 한가로이 노닐고 있는
말들의 모습은 더없이 낭만적이고 이국적이다.
해가 진 직후 새별오름 인근 초지에서 노닐고 있는 말들의 모습이 더할 나위 없이 평화롭다.
한라산 동쪽 자락인 서귀포시 표선면 가시리에 자리한 따라비오름도 빠뜨릴 수 없는 억새 명소다.
해발고도 342m의 아담한 크기로, 여섯 개 봉우리가 이어져 있는 특이한 형태다.
3개의 작은 화구를 품고 있는 따라비오름의 분화구는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 있다.
이곳은 오름 전체가 잡목 없이 억새와 풀로 이뤄져 억새의 아름다움을 제대로 만끽할 수 있다.
멀리 보이는 풍력발전단지가 한눈에 들어오는 전망도 일품이다.
제주시 교천면 교래리의 산굼부리(해발 400m)는 제주는 물론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굼부리다.
분화구 깊이만 해도 100m에 이른다.
관광지로도 유명한 이곳 분화구의 16만5000㎡(5만평)에 달하는 너른 구릉에 억새바다가 펼쳐져 있다.
이곳의 억새는 유독 키가 크고 부드러워 발길이 닿으면 금세 억새 터널이 뚫린다.
다른 오름과 달리 5분 정도만 가볍게 걸으면 분화구에 오를 수 있어
어린아이나 노인들도 쉽게 억새 풍광을 즐길 수 있다.
음료를 파는 매점 등 편의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사유지여서 입장료 6000원을 내야 한다.
제주에서 가장 아름다운 오름으로 꼽히는 다랑쉬오름(382m)도 늦가을이면 억새가 장관을 이룬다.
'오름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그 형체미가 뛰어난 다랑쉬오름은
오르는 길이 가장 어려운 코스로도 유명하다.
등산로는 조금만 걸어도 숨이 턱에 찰 정도로 가파르지만,
오르는 내내 성산일출봉과 우도를 조망할 수 있어 무거운 다리를 달랠 수 있다.
다랑쉬오름은 제주 최고의 전망이 펼쳐지는 오름으로 일출 명소이기도 하다.
능선 정상에 서면 남쪽으로는 성산일출봉과 우도가, 서쪽으로는 한라산과 수많은 오름이 한눈에 들어온다.
북쪽으로는 제주 평원이, 동쪽으로는 비자림이 펼쳐진다.
억새는 능선길을 기준으로 바깥쪽과 분화구 쪽에 널리 분포되어 있다.
제주도 동쪽 끝인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의 지미봉(165.8m)도 산책로가 잘 정비돼 있어
억새 구경하기에 그만이다.
다랑쉬오름 아래에 자리한 아끈다랑쉬오름(198m),
지미봉 인근 한라산과 비슷한 모양의 손지오름(255.8m),
오름의 형상이 누워 있는 용을 닮았다는 종달리의 용눈이오름(247.8m)도 사람 키를 훌쩍 넘는
억새 군락이 볼 만하다.
제주=글·사진 박창억 기자danie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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