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천막의 나비효과.. 숲이 된 광화문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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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천막의 나비효과.. 숲이 된 광화문광장
오주환 기자
입력 2019.06.30. 20:26 수정 2019.06.30. 20:29
서울시, 광화문광장에 대형 화분 80개 설치
대형 화분이 촘촘히 설치된 광화문광장의 모습.
오주환 기자
광화문광장이 30일 숲으로 변신했다.
우리공화당(구 대한애국당)의 '정치투쟁 천막'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한을 예우하는 차원에서
잠깐 광화문광장을 뜨자 서울시가 그 공백을 대형 화분들로
촘촘히 메웠다.
서울시는 이날 오후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마치고 비무장지대(DMZ)로 향하자
곧바로 지게차 등을 동원해 화분 숲을 조성했다.
이순신 장군 동상 주변으로 성인 남성 키의 두 배가 넘는 대형 화분
80개를 나열했다.
우리공화당의 천막이 대체로 가로·세로 각 3m 크기인 점을 고려해
화분 간 간격은 3m 내외로 결정됐다.
서울 시민들과 서울시 관계자들이 대형 화분들이 설치된 광화문광장을 둘러보고 있다.
오주환 기자
광화문광장 화분 숲 조성은 서울시와 우리공화당의 천막 갈등이 발단이 됐다.
우리공화당은 5월 10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 규탄 시위 사망자 추모'를 명분으로
광화문광장에 천막(1차 천막)을 기습 설치했다.
다음날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서 정치적 집회는 불법이라며 철거를 요구했지만
우리공화당은 집회의 자유를 앞세워 이에 맞섰다.
결국 서울시가 지난 25일 기습 천막 설치 46일만에 강제철거에 들어가면서 양측
갈등이 폭발했다.
우리공화당은 이열치열로 맞섰다.
서울시가 25일 새벽 천막 2동을 강제 철거하자 밤새 천막과 차양 등 10개 동
(2차 천막)을 다시 설치했다.
서울시는 27일 오후 6시까지 천막을 자진 철거하지 않으면 다시 강제 철거하겠다며
최후통첩을 보냈다.
한 외국인 관광객이 대형 화분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오주환 기자
하지만 정작 우리공화당은 28일
"29일 방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호에 협조한다"며 돌연 천막을 자진 철거했다.
이들은 천막과 차양 등 10개 동을 모두 광화문광장에서 약 300m 떨어진
청계광장 쪽으로 옮겼다.
그러면서도 "언제든 광화문광장으로 돌아갈 것"이라며 '3차 천막' 설치 여지를 남겼다.
다만 이날 서울시가 광화문광장에 화분 숲을 조성하면서 우리공화당의 천막 복귀는
사실상 어려워졌다.
우리공화당은 일단 청계광장 천막을 지키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공화당 관계자는
"세월호 천막은 되고 우리공화당 천막은 안 되는 이유가 무엇이냐"며
"화분 설치는 부당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천막 갈등의 근본 원인도 세월호 천막을 내버려둔 서울시"라고 비난했다.
반면 서울시는
"2014년 박근혜 정부가 범정부 차원의 종합지원책으로 설치한 세월호 천막과
우리공화당 천막은 다르다"는 입장이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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