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관

"음료수 2병 마시고 하루 878건 배달".. 인력 충원은 언제?

기산(箕山) 2019. 6. 25. 03:15

https://news.v.daum.net/v/20190624212633507?f=p


"음료수 2병 마시고 하루 878건 배달".. 인력 충원은 언제?


                                                                                             공민경 입력 2019.06.24. 21:26 수정 2019.06.24. 22:32




[앵커]


60년 만에 처음으로 집배원들이 총파업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습니다.


노동시간으로 보면, 집배원 노동자는 임금노동자 평균보다 연간 87일을

더 일하고 있습니다.


장시간 육체노동, 심각한 정신노동에 시달리는 집배원의 하루를

공민경 기자가 동행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하나씩 이제 올려!"]


오전 7시. 우편물과 택배가 밀려듭니다.

24년 차 집배원 이인구 씨는 오늘도 한 시간 먼저 출근했습니다.


[이인구/서울 강동우체국 집배원 :

"(아침밥은) 못 먹어요. 배달 시간 맞추려면 어쩔 수 없어요."]


["어머니 사시는 데 주소가 어떻게 되시는데?"]


시간을 가리지 않는 고객 전화.

웃음기는 사라진 지 오래, 배송 전부터 전쟁입니다.


오늘 배달할 소포와 우편물은 모두 878갭니다.

5층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건 다반삽니다.


[이인구/서울 강동우체국 집배원 :

"안 뛰면 시간 안에 배달이 안 돼요.

이런 주택가에는 엘리베이터가 없거든요."]


간신히 꼭대기 층까지 갔는데 사람이 없습니다.


[이인구/서울 강동우체국 집배원 :

"제일 맥빠지죠. 5층까지 올라갔는데.

그다음 날 또 와야 하니까. 전화가 와요.

나 못 가니까 다시 한번 갖다 줘라."]


경비실에 맡겨라, 아기가 있으니 조심해달라…,

요구도 제각각입니다.


[이인구/서울 강동우체국 집배원 :

"희망 장소, 회색 대문 뒤로 이렇게 되어있어요.

저희는 회색 대문 모르잖아요, 지금.

현재 가봐야 아는 거예요."]


배송을 절반밖에 못 했는데 오후 1시 40분.

오늘(24일)도 점심밥은 거릅니다.


[이인구/서울 강동우체국 집배원 :

"물 한 통 샀어요, 물. 밥 먹을 시간 없어요.

아까 화장실 한 번 갔다 왔어요. 소변 보러.

월요일 하다가 못했어. 화요일은 더 많아.

언젠간 제가 다 해야 할 일이에요."]


병가나 휴가는 그림의 떡입니다.


[이인구/서울 강동우체국 집배원 :

"아들내미 하나밖에 없는데, 군대 가는 것도 못 보고,

동료들이 힘드니까는 그것 때문에 서로 눈치 보고

그러는 거죠."]


몸도 힘들지만, 감정노동은 더 고통입니다.


[이인구/서울 강동우체국 집배원 :

"조금 늦으면 고객들은 전화 와요.

저희도 빨리 가서 배달하고 싶죠.

물량이 많은데 어떻게 해요.

욕도 하고, 지금 빨리 와. 딱 끊어버리고…."]


배달을 마쳐도 일은 남았습니다.

오늘 이 씨가 먹은 건 음료수 2병이 전부.


[이인구/서울 강동우체국 집배원 :

"오늘 하루종일 밥 한 끼도 못 먹었거든요.

또, 들어와서

이제 또 일반 우편물 구분 작업도 해야 하니까.

52시간을 잡아놓고 여기에 맞춰서 업무해라.

그건 거의 죽으라는 거죠."]


["충원하라, 충원하라! 즉각 충원하라"]


퇴근 시간을 30분 넘긴 시각, 이 씨는 두 달째

거리로 나섭니다.


[이인구/서울 강동우체국 집배원 :

"딱 일주일만 저희 쫓아다니라 그러세요.

그러면 저희 마음 알아요.

약속만 지켜주세요, 부탁입니다."]



KBS 뉴스 공민경입니다.

공민경 기자 (ball@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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